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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시위 사망자 첫 발생… 軍 병력투입 해산작전 나서

입력 | 2013-12-02 03:00:00

찬반시위대 충돌로 최소 2명 숨져… 외신들 “2010년이후 혼란 최고조”




태국에서 친(親)정부 시위대와 반(反)정부 시위대의 충돌로 최소 2명이 숨지는 등 태국의 반정부 시위 사태에서 처음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태국 정부는 반정부 시위가 본격화한 지난달 초 이후 처음으로 1일 수도 방콕 시내에 병력까지 투입해 시위대 해산 작전에 나섰다. 시위가 격화되면서 잉락 친나왓 총리는 반정부 시위대를 피해 모처로 급히 대피했다. 2010년 초 약 90명의 사망자를 낸 반정부 시위 이후 태국의 사회 혼란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는 1일을 잉락 총리의 퇴진을 위한 ‘디데이’로 명명했다. 그는 태국 최대 야당인 민주당 소속으로 반정부 시위에 전념하기 위해 최근 의원직까지 사퇴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달 29일 육군본부를 일시 점거한 이후 총리공관, 국립경찰본부, 방콕 시경, 교육부, 두싯 동물원, 내무부, 외교부 등 방콕의 주요 정부 청사 10곳을 점거하기 위한 ‘최후의 돌격전’을 벌이고 있다. 시위대 일부는 주요 방송사에 진입해 프로그램 방영에 관여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반정부 시위대는 태국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는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생일인 5일까지 대규모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국왕의 생일이 항상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에서 치러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야권의 항전 의지가 치솟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에 맞선 정부도 완강하다. 태국 군경은 이날 총리공관과 방콕 시경 주변으로 모여드는 시위대에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하면서 대대적인 해산 작전에 나섰다. 태국 정부는 주요 정부 청사를 중심으로 경찰 약 2만 명을 배치했으며 병력 3000명도 투입했다.

한편 ‘디데이 시위’를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밤과 이날 새벽 양측의 충돌로 최소 2명이 숨지고 30∼40명이 다쳤다. 방콕 외곽의 한 체육관에 모인 반정부 시위대의 일부 대학생과 친정부 시위대 ‘레드셔츠’가 시비를 벌이다 총격이 발생했다. 태국은 총기 소유를 허용하고 있는 데다 국민 중 불법 총기 소지자도 많아 총기 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망자 2명은 반정부 시위를 벌이던 태국 람캄행대 학생 1명과 친정부 시위를 벌이던 20대 군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셔츠 지도부는 이날 반정부 시위대와의 충돌로 레드셔츠 운동가 중 최소 4명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 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양측의 충돌로 국제전화 운영회사인 CAT에 대한 전력 공급이 중단돼 한때 방콕 시내 전화와 인터넷 사용도 중단됐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등 반정부 시위로 인한 사회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방콕 이외의 지역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잉락 총리의 지지 세력이 방콕으로 집결할 경우 더욱 심각한 폭력 사태가 벌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태가 악화되자 이날 방콕포스트는 잉락 총리와 집권 푸어타이당이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잉락 총리는 그간 반정부 시위대의 퇴진 요구에 대해 “사퇴도, 조기 총선도 없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으나 유혈 사태가 장기화하자 조기 총선 카드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기 총선이 실시되면 양측의 충돌이 일단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방콕을 중심으로 한 도심 지역, 고소득층, 군부, 관료 등을 중심으로 한 탁신 반대 진영과 농촌 지역 및 저소득층의 지지를 업고 있는 탁신 진영 간 갈등의 골이 깊어 사태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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