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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정년연장’ 쇼크, 대화로 극복을

입력 | 2013-12-03 03:00:00

[100세 시대… 더 오래 일하는 대한민국]<8>노사정 협력이 해법




일본은 여러 면에서 한국과 닮은꼴이다. 일본에서 먼저 시작된 인구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 등은 현재 한국에서 똑같이 진행 중이다. 그런 일본은 20세기 초반부터 정년제를 도입했다.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가 시작되자 1971년 고령자고용안정법을 만들었다. 1986년에는 법을 개정해 ‘60세 정년’을 위한 노력을 의무화했다. 60세 정년을 법제화한 건 1994년 4월. 한국보다 19년 빨랐다.

일본은 법을 만들고 4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법이 시행될 시점에는 전체 기업의 93.3%가 60세 정년을 실시하고 있었다. 반면 한국은 법 시행까지 이제 불과 2년밖에 남지 않았다. 국내 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체 가운데 정년이 60세 아래인 경우는 65%, 55세 이하도 30%가 넘는다(2011년 한국노동연구원 조사). 상당수 기업이 2, 3년 내에 정년을 늘려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정년 연장 등 고령화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른 채 손을 놓고 있는 상태. 2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기업 10곳 가운데 8곳가량은 아직도 이렇다할 고령화 대응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대응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기업도 10곳 중 6곳 안팎 수준이다.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마땅한 대응 전략이나 검토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표 참조)

조사를 진행한 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고령화를 문제로 인식하고는 있는데도 구체적 대응책이 부족하다”며 “중장년층 근로자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연령관리 전략을 도입해 중장년의 고용을 촉진하고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기 법제화는 기업에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할 때 정년 60세 법안이 4∼6년 정도 빨리 입법되면서 기업들이 준비할 시간이 매우 짧아졌다”고 지적했다.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는 “정년 연장으로 인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2018년 기준으로 연간 2조8000억 원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는 경제 주체가 어떤 대응도 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추정한 금액”이라며 “임금체계 개편 등 합리적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법은 결국 노사정 대화와 협력.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이 가져올 충격을 최소화할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교수는 “기존의 55세 정년에 맞춰진 고용 및 인력 관리 시스템을 정년 60세에 맞춰 전환해야 한다. 특히 노사정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영자와 기업은 추가 발생 비용을 효과적으로 조정해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근로자와 노조는 임금 체계 개편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정부는 추가 발생 비용을 분담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 사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윤동열 울산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기업은 그나마 준비가 돼 있지만 중소기업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하루빨리 노사정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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