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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급유기 없는 한국… 방공구역 넓혀도 ‘험난한 하늘’

입력 | 2013-12-03 03:00:00

방공식별구역 확대 딜레마




방공식별구역 확대 딜레마

정부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에 이어도를 포함해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외교적 득실과 실효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 가고 있다.

○ 고차원 방정식이 돼 버린 방공식별구역 확대

정부는 이르면 금주 중 KADIZ 확대 방침을 최종 결정해 중국과 일본에 통보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KADIZ의 남쪽 한계선을 비행정보구역(FIR)이나 해·공군 작전구역(AO)까지 넓혀 이어도 상공과 마라도 및 홍도(거제도 남쪽 무인도) 영공을 포함하는 확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과 일부 겹치더라도 국익 보호와 자주 방위권 확보에 충분한 범위까지 KADIZ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과 일본에 KADIZ 확대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방침이지만 두 나라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은 KADIZ의 확대를 영토 주권 및 국익과 직결된 중대 사안으로 보고, 강경 대응에 나설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은 자국 방공식별구역(JADIZ)에 독도를 포함시키고, 중국은 서해 지역으로 방공식별구역을 넓히는 등 거센 역공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으로선 ‘혹 떼려다 혹 붙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을 수도 있다.

한중일 3국의 갈등과 충돌이 ‘강대강(强對强)’ 국면으로 치달아 역내 외교안보 정세가 걷잡을 수 없이 험악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도 이를 우려해 한국의 KADIZ 확장에 이견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안팎에서는 일본과 중국을 거쳐 7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KADIZ 확대에 신중히 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는 얘기마저 흘러나온다.

○ KADIZ 확대하려면 지켜 낼 군사력도 갖춰야

정부가 KADIZ를 확대하더라도 주변국보다 열세인 군사력을 감안할 때 이를 제대로 지켜낼 수 있는지도 냉철하게 따져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어도는 한국 정부의 관할 수역이지만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에서도 약 149km 떨어져 있다. 유사시 대구기지의 최신예 F-15K 전투기가 출격해도 40분이 걸리고, 현지 상공에서의 작전시간도 20분에 불과하다. 공중에서 전투기에 연료를 제공할 수 있는 공중급유기가 1대도 없는 한국으로선 F-15K 이외의 다른 전투기는 아예 작전 출동이 불가능하다. 반면 중국은 18대의 공중급유기를 배치 중이고, 일본은 현재 운용 중인 4대 이외에 추가로 4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한국 공군은 4, 5년 뒤에나 공중급유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인근에서 중-일 양국이 군용기를 출동시켜 기 싸움을 벌이는 것도 공군력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군력 사정도 마찬가지. 18척(훈련용 2척 포함)의 잠수함과 100대의 해상초계기를 갖춘 일본과 전투기를 탑재한 ‘랴오닝’ 항모(航母)를 배치한 중국은 한국 해군엔 아직 벅찬 상대다. 대형상륙함의 경우 한국은 독도함 한 척뿐이지만 일본은 경항모급 헬기탑재호위함이 세 척이나 있고 한 척을 더 건조할 계획이다. 군이 이달 중 이지스함 3척의 추가 도입 결정을 예고한 이유도 날로 격화되는 영유권 분쟁에 맞서 더는 해군력 열세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중일 3국이 2010년대 중후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를 실전 배치하면 방공식별구역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은 2016년, 한국은 2018년부터 각각 F-35 스텔스기를 배치하고 비슷한 시기 중국도 J-20, J-30 스텔스기를 배치할 계획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정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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