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지구 가보니… 문의전화 1.5배 급증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전경. 곳곳에 기반공사를 하고 있고 아파트 본보기집도 있어 활기가 넘친다. 이곳은 42개 기업이 입주를 확정해 아파트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김준일 기자
굵게 여문 낱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가을 햇살 아래 살포시 고개를 숙인 벼가 가득한 평야 지대의 풍경을 일컫는 말입니다. 서울에 사는 아이들은 시골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보기 힘든 풍경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까지도 가을이 되면 서울에서 이 황금 들녘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지요. 그곳은 현재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들뜬 강서구 ‘마곡지구’입니다.
마곡지구는 강서구 마곡동과 가양동 일대 약 336만 m²에 미래지식 첨단산업단지와 국제업무지구, 배후 주거단지 등을 조성하는 장기 도시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곳입니다. 이곳은 2008년 마지막 추수를 할 때까지 230만여 m²가 논이었습니다. 여의도 면적이 290만여 m²인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넓은 평야 지대인지 감이 올 겁니다. 이곳은 언제나 ‘서울의 마지막 미(未)개발지’로 불렸습니다.
지난달 28일 오후에 찾은 마곡지구. 인근 고층 건물에서 내려다본 이곳은 드넓은 대지에 기반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곧 대기업들이 입주할 곳이기 때문입니다. 건물에서 내려와 SH분양 홍보관으로 차를 몰자 새로 닦인 왕복 8차선 도로 옆으로 공사 가림막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가림막에는 ‘미래를 꿈꾸는 첨단 산업단지, LG science park’라는 문구 등이 쓰여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LG컨소시엄, 코오롱, 대우조선해양 등 42개 기업이 입주를 확정한 상태입니다. 고용 유발효과가 16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하네요.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정순복 대명부동산 대표는 “마곡지구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인근 아파트 시세도 1000만∼2000만 원 올랐다”며 “하루 문의 전화도 1.5배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김치백 대신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인근 강서구 양천구 거주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일대 분양시장에도 그 열기가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25일 마곡단지에서 분양한 ‘마곡 힐스테이트 에코’ 오피스텔은 496실 모집에 평균 12.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청약 뒤 지난달 28일 시작한 계약에서도 이틀 만에 계약률이 90%를 넘었습니다. 지난달 28일 계약현장에서 만난 정순희 씨(58·여)는 “서울에서 분양하는 마지막 ‘금싸라기땅’이라 미래 투자가치가 높은 것 같아 두 채에 청약을 넣었다”며 “운 좋게 한 곳이라도 돼 한걸음에 계약하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후종 현대건설 분양소장은 “기본적으로 투자자 중심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은퇴 뒤에도 서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노부부와 새살림을 시작하는 신혼부부의 관심이 많다”고 분양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마곡지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대형 브랜드 분양 사무실에는 사람들이 몰리지만 작은 업체들이 분양한 곳은 공실률이 높은 편”이라며 “아직 건물들도 안 갖춰진 상태라 투자수익을 바로 낼 수 없어 금방 계약을 해지하고 나가는 경우도 여럿 봤다”고 말했습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