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세계銀 총재 용강中 특강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강중에서 강연을 마친 뒤 학생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강연 뒤에는 사인을 받으려는 학생들이 김 총재 주위를 둘러싸기도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인천 송도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개소식을 기념해 조국을 찾은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강중학교 강당에서 학생 150여 명을 만나 이렇게 강조했다.
김 총재는 세계은행의 역할과 추진 사업을 설명하고 아프리카의 경제개발과 보건 현황, 세계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데 강조점을 뒀다. 세계은행을 이끄는 총재로서, 또 꿈을 이룬 인생 선배로서 학창시절 경험도 나눴다.
그가 “부모님은 내가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할 것을 원했지만 나는 늘 스포츠를 했다”고 말하자 학생들 눈이 반짝였다. ‘풋볼에서는 쿼터백을 맡았다’ ‘농구에서는 가드를 했다’는 말에 학생들은 탄성을 질렀다. 김 총재는 “어릴 때는 프로 풋볼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내 얼굴을 보면 웃기는 생각”이라고 했다. 학자 이미지를 풍기는 모습을 가리킨 듯했다.
부모의 교육철학도 언급했다. 그는 “치과의사였던 아버지로부터 현실적인 것을 배웠고 퇴계 이황을 연구한 어머니로부터는 더 큰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의 인연도 언급했다. 그는 “2002년 이 총장을 만나 함께 아프리카에 있는 에이즈 환자 300만 명을 치료하자고 했다. 전부 우리더러 미쳤다고 했지만 이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700만 명의 환자와 감염자를 치료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언급하며 “우리는 평화의 부재, 갈등이 모두 빈곤에서 시작된다는 것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정말 빈곤을 끝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2030년까지 하루 5달러 이하로 사는 극도의 빈곤을 끝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학생들에게 “단순히 잘 먹고 잘사는 게 아니라 인생에서 더 큰 목표를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앞서 김 총재는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오찬간담회에서 “국내 기업들이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에티오피아 총리가 새마을운동을 물어볼 정도로 아프리카에서는 한국의 성장모델에 관심이 많다”며 “한국 기업들이 사업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아프리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