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루키’ 전광인이 불안한 한국전력에 큰힘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그가 활약을 펼쳐야 팀이 산다. 스포츠동아DB
■ 용병급 활약으로 4연패 팀에 활력소
8경기 165득점 5위…토종 선수 중 최고
실패의 두려움 없는 과감성 동료들 귀감
신영철 감독 소극적 팀 마인드 변화 기대
1915년 프랑스 엔지니어인 막시밀리안 링겔만은 말들의 능력에 관한 연구를 했다. 결과가 이상했다. 1+1은 2가 되는 것이 수학 법칙이지만 말들은 달랐다. 함께 수레를 끄는 말 두 마리의 능력이 한 마리 말이 끌 때 보여준 능력의 두 배가 되지 못했다. 링겔만은 사람에게 같은 실험을 해봤다. 여러 명에게 밧줄을 잡아당기게 하고 각각이 사용한 힘을 측정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이 함께 끌면 평균적으로 혼자 끌 때의 93% 힘만 사용했다. 셋이서 밧줄을 끌 때 사용한 힘은 83%. 여덟 명이 끌 때 사용했던 힘은 각자 능력의 49%에 불과했다. 이런 현상을 학문적 용어로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이라고 한다.
개개인의 능력이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고 집단 속에서 용해되는 경우에 나타난다. 조정처럼 여럿이 힘을 모아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에 주로 생긴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에게 최근 팀이 4연패에 빠진 이유를 물었다. 특히 먼저 세트를 따내 유리한 위치에 있다가 막판에 뒤집어 지는 현상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팀이 잘 나갈 때 우리 선수들은 소극적인 생각으로 서로에게 미뤘다. 나만 안전하게 하면 된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내가 스스로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고 ‘용병이 해주면 되는데’라며 의존을 했다. 서브를 더욱 강하게 날리지 못했고 리시브 때도 공격적이지 못했다. 그것이 좋은 리듬을 이어가지 못하게 했다. 연패 팀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리더다. 누군가 앞장서서 동료들을 독려하고 각자가 가진 힘 이상을 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삼성화재의 고희진이나 현대캐피탈의 여오현이 그런 선수다.
한국전력에도 그런 존재가 있다. 바로 전광인이다. 비록 이번 시즌 프로무대에 데뷔한 루키지만 팀에서 보여주는 역량은 팀 리더로 충분하다. 위기상황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선수도 전광인이다. 대체용병 밀로스는 들쭉날쭉한 플레이로 아직 팀에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경기 상황에 관계없이 꾸준하게 자기 역할을 하고 필요한 점수를 뽑아주는 선수는 전광인이다. 이런 선수가 많아야 감독은 계산을 한다. 동료들도 전염돼 공격적이 된다.
전광인은 실패의 두려움이 없다. 대학 1학년 때부터 국가대표로 뛰면서 수많은 국제대회를 치른 덕분이다. 자기보다 키 큰 외국인 선수도 신경 쓰지 않고 용감하게 공격한다. 배구로 성공해서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편하게 해드려야 한다는 목표의식도 뚜렷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