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MVP, 베스트11 공격수, 팬타스틱플레이어 등 3관왕에 오른 울산 김신욱이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2013 K리그 대상 영예의 3관왕
1. 압도적 표차로 최우수선수 등극
2. 팬투표 선정 팬타스틱 플레이어
3. 베스트11 공격수 부문까지 올라
우리가 최고였지만
방점을 찍지 못했다
몇년 만에 마신 눈물의 폭탄주
더 강한 내년, 아시아 정복
브라질월드컵까지
2014년엔 모든 걸 이루고 싶다
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K리그 대상 주인공도 그였다. 기자단의 압도적인 지지(유효표 113표 중 90표·79.6%)로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팬 투표로 선정한 팬타스틱 플레이어상과 베스트11 공격수 부문까지 합쳐 3관왕이다. “과분한 영광이다. 내가 이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 멈춤 없이 계속 정진하겠다.”
스포츠동아는 김신욱과 2,3일 이틀에 걸쳐 인터뷰를 가졌다.
● 준우승 그 후
지난 달 30일 울산 동구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마지막 팀 훈련. 경고누적으로 포항전에 나설 수 없었던 김신욱도 동료들과 함께였다. 울산 김호곤 감독도 허락했다. 출전이 예상된 포항 공격수 박성호의 대역으로 적합했다는 판단도 있었다. 한 시간 남짓한 풀 트레이닝이 끝나고 숙소로 향하던 그는 “부산전(11월27일) 후부터 금식 기도 중이다”고 했다. 독실한 크리스천답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팀과 동료들을 위한 기도였다. 뒤늦게 털어놓은 내용은 이랬다. “승리는 아니었다. 개인적 욕심을 버리게 하시고, 팀이 최선을 다해 최선의 결과를 얻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부탁드렸다.”
선수단 회식 후 동아스포츠 대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호텔방에서 잠을 청했지만 아픈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개인 훈련을 돕는 이창현 트레이너와 소주잔을 기울였다. 때론 맥주도 섞어 마셨다. “몇 년 만에 정말 세게 마셨다. 잠도 안 오고, 가슴이 터질 것 같더라. 가장 힘든 하루였다.”
김신욱은 인터넷을 열지 않았다. 각종 게시판을 도배한 팬 반응을 접할 자신이 없었다. 우승팀 포항에 대한 찬사는 이해할 수 있지만 울산을 향한 악평과 비난까지 감내할 자신이 없었다. 비판 받은 울산의 밀집수비는 어쩔 수 없었다. 차-포를 모두 뗀 마당에 포항의 장점(패스)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였다. 당시 김신욱은 구단 비디오분석관과 인터밀란(이탈리아)이 바르셀로나(스페인)를 제압한 2009∼2010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 영상을 돌려보며 효율적 차단법을 연구했고, 동료들과 상의했다. 밖에서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
“내가 뛰었어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을 거다. 축구계 아버지 김호곤 감독님과 동료들은 날 빛내줬다. 쏜살같이 흘러간 1년이 너무 행복했다. 방점만 찍지 못했고, 우리가 최고였다. 그래서 훨씬 상처가 깊었다. 해외로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도 들더라.”
● 내가 아닌 우리, 오늘 아닌 내일을 향해
“대표팀에서도 힘든 시간을 오래 겪었다. 하지만 소속팀에서의 아쉬움과는 다르다. 대표팀은 내로라하는 최고 실력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다보니 경쟁에 뒤처질 수는 있다. 이를 모르는 바도 아니다. 견딜 만 했다. 팀은 내 모든 게 녹아있다. 추억의 기반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스스로에 내린 숙제도 있다. 배후 침투와 더욱 높은 점프 등이다. 쾌감이 훨씬 큰 헤딩골 빈도를 보다 늘리겠다는 목표도 있다. 김호곤 감독과 ‘철퇴 축구’를 더 발전시키고 싶다. 내년 정규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까지 2관왕을 꿈꾼다.
“실력을 쌓고, 올해보다 더 좋은 환상의 팀워크로 힘을 유지할 거다. 아시아를 다시 정복하고, 국내까지 평정해서 울산의 힘을 보이겠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멋진 활약을 펼치고 싶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