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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장성택 실각]평양의 ‘공포 정치’… 대남 강경노선 가능성

입력 | 2013-12-04 03:00:00

김정은, 왜 고모부를 내쳤나




작년 8월의 장성택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8월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나선 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 공동개발 및 공동관리를 위한 조중 공동지도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통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부이자 그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은 향후 북한의 세력 구도를 뒤흔들 메가톤급 변수다. 김정은을 대신해 사실상 섭정을 해온 ‘2인자’까지 내친 ‘피의 숙청’은 북한 내 권력 지형을 극심하게 요동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북한의 향후 대남, 대외 행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김정은의 친인척 척결? ‘2인자’들의 권력 암투?

북한이 장성택을 숙청한 표면적인 이유는 그의 핵심 측근들이 저지른 비리다. 장성택의 심복인 이용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부정부패 등 비리를 저지른 사실을 11월 군 당국이 적발해 ‘반당(反黨) 혐의’로 공개 처형했고, 장성택까지 책임을 물어 쳐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안보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북한의 사법·검찰·공안기관을 모두 지도하는 노동당의 핵심 부서인 행정부는 장성택을 따르는 심복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평양 내 10만 가구 건설 등 비자금 조성이 가능한 대형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부서이기도 하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장성택의 측근 인사들이 단순히 뇌물을 받은 정도가 아니라 나름의 ‘세력’을 형성했기 때문에 처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숙청되면서 당 행정부는 향후 기능이 무력화할 개연성이 크다.

장성택의 전격 해임은 집권 2주년을 앞두고 김정은의 ‘가신그룹’ 정리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사안의 성격이나 비중으로 볼 때 이번 숙청은 김정은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한 결정”이라며 “김정은이 자신의 정적, 아버지 김정일의 공신을 차례로 정리한 이후 친인척 관리에 나선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최근 북한에서 40, 50대 테크노크라트(기술 관료)를 중심으로 한 ‘김정은 신진 세력’이 부상하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이 ‘자기 사람들’을 새롭게 심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친인척과 그 세력을 제거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탈북자 출신인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북한의 1인 지배체제가 공고히 됐다는 뚜렷한 반증”이라며 “2인자가 없다는 것을 모두에게 각인시켜 김정은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지도부는 공개 처형 사실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주위로 전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 당국 관계자도 “공개 처형 사실이 믿을 만한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2인자’ 자리를 놓고 장성택과 또 다른 핵심 실세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권력투쟁을 벌인 결과라는 관측도 있다. 최룡해는 항일 빨치산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로 ‘혁명 1세대’의 핏줄이라는 특별한 지위를 인정받아 왔다. 장성택과 최룡해는 지난해 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올해 3차 핵실험 과정에서 견해차를 보이며 충돌했고 이후에도 불협화음이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 ‘피의 숙청’으로 북한의 대내외 행보 흔들

전문가들은 장성택의 실각이 숙청을 통해 권력을 유지해온 김씨 일가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은 1950, 60년대 연안파 숙청 등으로 권력을 공고화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1997년 ‘심화조 사건’ 등을 지휘하며 숙청의 칼날을 휘둘렀다. 김정은의 경우 아직 20대의 젊은 나이에 군부의 ‘(김정일) 운구 4인방’으로 불리던 권력 핵심을 대부분 숙청했다. 군의 최고 실세였던 이영호 총참모장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이 모두 숙청됐거나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고위 인사가 아닌 경우에도 김정은의 직접 지시로 공개 총살형이 집행되는 등 ‘김정은식 공포정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김정은을 보위하는 양대 축 중 하나였던 장성택이 숙청되면서 북한 내부는 크게 동요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당국도 최근 김정은에 대한 절대 충성을 강요하는 사상 교육을 부쩍 강화하는 등 후폭풍을 어떻게 차단할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신문이 최근 ‘김정은 유일영도체계를 철저히 세우며 세상 끝까지 김정은과 운명을 함께하자’고 촉구하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움직임으로 보인다. 북한대학원대 양무진 교수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이 장성택이라는 강력한 협조자를 잃은 상황에서 체제 불안정성이 크게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일이 또 다른 권력투쟁으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향후 대남, 대외 정책이 더 강경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통이던 장성택이 밀려나고 군부의 인사권을 장악한 최룡해가 실세로 권력을 틀어쥐게 되면 강경파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내부 동요가 발생하면 내부단속 목적으로 대외 긴장을 높이는 전략을 쓸 수도 있다”며 “한반도 정세가 다시 악화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최근 시도해온 각종 경제개혁 조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은 지난해 8월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나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 관리위원회 설립에 합의하는 등 북한의 특구 개발 및 외자 유치를 주도해온 인물로 알려져 왔다. 그런 장성택이 실각한 만큼 북한이 최근 추진해온 경제개발구 설립이나 6·28 개혁 조치 등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이정은 lightee@donga.com·김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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