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와 회담… 中방공구역 반대 표명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을 마친 뒤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자주 하셨다는 말로 중-일 간의 위기관리 시스템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부통령이 중-일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한 방안을 내놓은 것은 중국의 움직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불분명하다는 동북아 질서의 불안정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과 신형대국관계를 추구하는 중국은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를 중국의 굴기에 대한 미국의 대응 수준을 테스트하는 시금석으로 삼아 왔다. 이에 대해 미국은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다툼에서 중립을 지키던 때와 달리 일단 단호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새로운 ADIZ 선포는 지역의 긴장을 높이고 오산으로 인한 충돌의 위험성을 높였다”며 중국 측에 직접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런 강경한 태도는 이번 사태에서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보낼 경우 중국의 굴기가 동중국해는 물론이고 남중국해와 태평양으로까지 확산되는 ‘도미노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DIZ에 주일미군의 훈련 구역이 포함된 점도 미국으로서는 묵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바이든 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에선 다른 기류도 감지된다. 중국의 도발이 우발적인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지만 철회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는 “위기관리 메커니즘과 위기의 상승을 막기 위한 중-일 간 효과적인 대화채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아베 총리의 체면을 살리면서도 중-일 사이를 중재해 지역 긴장을 완화한다는 게 바이든 부통령의 이번 순방 ‘키워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중시하는 미국이 마냥 일본 편에만 설 수 없다는 현실도 반영된 것이다. 이런 빈틈을 겨냥한 듯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중) 양국의 공통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지역의 안정과 세계의 평화 발전에 이익”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런 기류가 센카쿠 영유권 문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은 중국의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를 묵인하지 않고 미일 동맹에 기초해 계속 긴밀히 연계하여 대응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자위대와 미군 운용을 포함해 양 정부의 (기존) 정책과 대응을 변경하지 않고 양국 간 연계를 유지할 것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도 군용기 출동 등을 거론하며 강경한 태도를 이어갔다. 겅옌성(耿雁生) 대변인은 담화문에서 “일각에서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감시·관리할 능력이 있느냐는 말도 나오는데 (타국 항공기의) 위협이 일정 정도에 달했다고 판명되면 적기에 군용기를 출동시켜 식별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배극인·박형준 bae2150@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