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남과 짜고 교통사고 위장… 보험금 1억 타낸 50대女 구속올해 8월까지 범죄 6846건… 공소시효 만료로 미제사건 종결
사건을 살핀 서울경찰청 강력계 장기미제전담팀은 신 씨가 15년 전에 전남편 강모 씨(사망 당시 48세)를 살해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가 무혐의로 풀려난 기록을 발견했다. 1998년 12월 20일 오후 11시 반경 강 씨는 전북 군산시 지곡동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 씨의 차는 내리막길에서 돼지 축사를 들이받았다. 운전석에 있던 강 씨 시신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8%였다. 소주 3병을 마신 수치다.
사고 석 달 전 강 씨는 아내 신 씨와 이혼했지만 사망보험금 수령자는 모두 신 씨였다. 게다가 신 씨는 내연남 채모 씨(63)와 사귀고 있었다. 경찰은 신 씨와 채 씨가 공모해 강 씨를 죽이고 보험금을 타냈을 것으로 의심했으나 이들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다. 신 씨의 딸은 “사고 시각 어머니와 함께 집에 있었다”고 진술했고 채 씨의 주변인들도 “채 씨는 그때 우리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말했다. 둘은 무혐의로 풀려났고 사건은 미제 타살사건으로 종결됐다. 신 씨는 사건 3년 뒤 보험사와의 민사소송 끝에 사망보험금 약 1억 원을 수령했다.
조사 결과 신 씨는 남편의 사업이 망한 뒤 채 씨와 가까워지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 씨는 남편 강 씨 앞으로 3개 보험사에 5억7500만 원 상당의 교통사고 보험에 가입한 뒤 범행 당일 오후 7시경 남편을 불러내 술을 마시게 한 뒤 채 씨를 불렀다. 채 씨는 승용차 안에서 차량공구로 만취한 강 씨의 머리와 얼굴을 수차례 내려쳐 죽인 뒤 교통사고로 위장했다. 둘은 범행 한 달 전 범행 장소를 여러 번 답사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신 씨와 채 씨는 범행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졌다. 보험금은 모두 신 씨의 몫이 됐다.
최근 신 씨가 저지른 보험사기가 아니었다면 15년 전 사건의 진실은 묻힐 뻔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공소시효가 끝나 범인을 잡지 못한 사건은 7만1930건이다. 이 중 살인은 11건, 강도는 25건, 강간은 33건이다. 올해는 1월부터 8월 사이 6846건의 범죄가 미제사건으로 종결됐다. 미국 대부분의 주는 살인에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