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년을 위한 재테크의 기본원칙
평균 수명은 늘어나는데 마땅한 노후 대책은 없기 일쑤. 중년이 되면 언제쯤 일을 그만 두나, 은퇴 이후엔 뭘하나 고민하게 마련이다. 일찌감치 안정성 높은 재테크 수단을 찾아야 하지만 정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삼성증권에서 마련한 부부은퇴학교에 많은 사람들이 참가해 진지하게 강의를 듣고 있다(작은 사진).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삼성증권 제공
당시 조사에서 평생 필요한 돈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자녀 결혼자금과 교육자금이었다. 자녀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드는 비용은 약 2억4000만 원, 결혼식 비용 약 5000만 원 정도가 평균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신혼집 전세 자금까지 지원해 줄 경우 약 1억5000만∼2억5000만 원은 우습게 날아간다.
은퇴 자금을 가장 열심히 모아야 하는 40, 50대에만 수억 원을 자식 지원에 쓴다는 것이다. 은퇴 설계 전문가들은 “노후를 희생해 가면서까지 자녀를 지원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강조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공염불에 가깝다. 그렇다고 자녀 지원을 끊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미련을 버려라
재테크 전문가들은 40, 50대 중년들이 자녀 뒷바라지를 하면서도 원하는 만큼 은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으로 자산을 불리겠다는 미련을 버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 집값 상승을 떠받쳐 준 인구 증가율이 곧 하향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최근 20, 30대 중 중대형 주택 구입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면서 소형→중형→중대형의 주택 수요 선순환이 사라져 집값이 오를 요인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오래된 아파트들의 재개발이 이뤄지고 나면 더 고층으로 높이기 힘들기 때문에 앞으로는 주택에도 감가상각비가 적용돼 오래된 집일수록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24세, 21세인 남매에게 결혼 자금으로 1억 원씩을 지원해 주려는 계획을 세운 대기업 부장 김모 씨(54)는 은퇴 후에도 월 400만 원 정도의 안정적 수익을 얻고 싶어 1년 전 퇴직금 중간 정산 받은 돈 5억 원을 투자해 지방에 주택 2채를 구입했다. 하지만 김 씨는 “실제 부동산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집값의 연 2% 수준으로 예상만큼 높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비교적 여유로운 경우에도 자녀 교육비 부담이 크다면 부동산 대신 금융투자 상품 비중을 적극적으로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 임원 남편을 둔 주부 김모 씨(51·여)는 현재 살고 있는 10억 원짜리 아파트와 1억5000만 원을 모은 적금 등을 포함해 약 17억 원가량의 자산을 모아 두었지만 21세인 대학생 아들이 대학 졸업 후 유학을 가고 싶어 해 걱정이다. 석·박사 과정을 포함하면 아무리 적어도 5년간 5억 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사에서 은퇴 설계를 받아 본 결과 지금처럼 돈을 모아서는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돈이 75세면 없어질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김 씨는 “자녀 유학비 지원과 은퇴 준비를 모두 놓치고 싶지 않다면 앞으로 2년 안에 집 크기를 줄여 3억 원을 현금으로 만들고 적금 1억5000만 원도 찾아 중위험 중수익 금융투자 상품에 가입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중위험·중수익 상품 잘 골라야
전문가들은 “자신의 임금 인상률을 면밀히 따져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인 팁이긴 하지만 초봉이 높고 임금인상률이 높은 대기업 직원의 경우 DC형을 선택하면 수익률에 따라 DB형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으므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원한다면 DB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초봉도 임금인상률도 낮은 중소기업 직원의 경우에는 DB형이 DC형보다 높은 수익을 돌려줄 확률이 적다.
퇴직연금 외에 추가로 금융투자 상품에 가입할 때는 원금 보장 여부를 잘 살펴보는 것이 좋다.
원금을 100% 보존하기를 원한다면 계좌 안에서 원금보장형 상품만을 운용해 은행 금리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을 내 주는 원금보장형 랩 상품이 적합하다. 하지만 상품에 따라 수익률이 3% 전후로 낮은 것이 많다.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투자금의 일부를 채권에, 일부를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는 복합상품을 찾아봐야 한다.
채권으로는 원금의 대부분을 보장해 주고 주식이나 ETF 투자를 통해 손실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식이다. 비슷한 개념으로 주가연계증권(ELS)처럼 주가가 가입 시점의 50∼60% 이하로 떨어지는 극단적 상황만 발생하지 않으면 대부분 7%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는 저확률 고위험 상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