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말하는 은퇴 준비
이 씨의 국민연금 수령은 64세부터로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월 120만 원 수준이다. 당장 소득 공백기인 54세부터 63세까지의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지가 고민이다. 은퇴 후 생활비는 보통 은퇴 전 평균 지출금액의 60∼70%로 이 씨는 270만∼315만 원이 필요하다.
앞으로 5년 후 퇴직을 예상하고 기대여명 80세, 국민연금 64세 수령을 감안해 계산해보면 은퇴 후 이 씨가 필요한 자금은 4억 원.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매달 600만 원씩 저축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
은퇴 준비, 공감보다는 실천해야
NH은퇴연구소가 올해 4월 5575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노후준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대부분(98.5%)이 노후자금 마련의 필요성은 공감했다. 반면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이는 4.7%에 불과했다.
노후준비 방법으로는 절약과 저축(47.5%)을 꼽았고 △경제활동기 연장(20.3%) △투자에 의한 목돈 마련(16.9%) △맞벌이 등 소득 극대화(14.1%)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노후의 가장 큰 효자는 자식도, 주식도, 땅도, 집도 아닌 고정적인 소득이라고 말한다. 은퇴를 눈앞에 둔 40, 50대 중년이라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은퇴 후에 꾸준히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비재무적 은퇴 준비도 중요
은퇴 준비라고 하면 돈과 관련한 재무준비 먼저 떠올리는 이가 많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재무준비는 기본이고 가족관계와 여가활동 같은 비재무적 준비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영국의 심리학자 캐럴 로스웰이 2002년에 발표한 ‘행복 공식’에 따르면 행복도를 높이는 것은 부와 명예가 아니라 가족, 친구, 대인관계, 취미생활, 운동과 휴식 등이었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8월 조사한 ‘한국의 노후 준비도 조사’에서 25∼59세 성인 3700명의 비재무 영역 준비 지수는 100점 만점에 63.9점이었다. 영역별로는 △사회적 관계(57.3점) △심리적 안정(65.0점) △건강(69.0점)으로 나타났다.
인생 후반기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40대부터 틈틈이 고민해야 한다. 은퇴한 후 뒤늦게 도전한 일에 10여 년의 세월을 거쳐 그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가 제법 많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