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5强 향해 우리가 뛴다]<1>새 활로 찾는 자동차-철강 산업
4일 오전 충남 아산시 인주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한 생산직 근로자가 외국으로 수출할 YF소나타를 조립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전 ‘T1(트림1)’라인에선 목표 생산대수 253대 중 252대의 생산을 마쳤다. 가동률은 99.6%. 장충식 현대차 아산생산실장(이사)은 “연평균 가동률이 2011년과 지난해 연속으로 99%를 넘었다. 올해 역시 99%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3년 연속 99%라는 수치를 달성한 데 대해 임직원 모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1분에 1대꼴 국가대표 차종 생산
현대차 아산공장은 1996년 11월 ‘쏘나타Ⅲ’ 생산을 시작으로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약 180만 m²(약 54만8000평) 터에 연면적 43만 m²(약 13만 평)의 프레스, 차체, 도장, 엔진 및 소재공장이 들어서 있다. 연간생산 30만 대 규모인 이 공장에는 현대차 직원 2800여 명과 협력사 직원 1300여 명 등 41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아산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UPH)는 66대다. 1분에 1대꼴로 대한민국 간판 차종이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현대차 국내공장 중에서는 가장 빠른 속도다. 현대차 울산공장 아반떼 라인의 UPH는 55대 수준이다.
실제 생산라인을 지나는 컨베이어벨트의 속도감은 상당히 빠르게 느껴졌다. UPH가 높을수록 직원들은 더 집중해야 한다. 아산공장의 자동화 비율(의장라인의 경우 35%)이 다른 공장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실제 공장 초입에는 ‘아차하고 방심작업 떠나보낸 고객 한 명’이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최근 열린 아산공장 의장부 표어 공모에서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된 문구다.
아산공장 의장부 섀시5반의 이대연 3조장(37)은 “아무리 숙련된 직원들이라도 실수가 있기 마련”이라며 “그러나 공정이 끝날 때마다 ‘키퍼’가 점검을 하고, 또 마지막에 점검작업을 거치면 불량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현대·기아차 수출량 누적 3300만 대
현대차는 1976년 한국 자동차 첫 고유 모델인 ‘포니’ 6대를 중남미 에콰도르에 판매한 것이 해외 수출의 첫 단추였다. 기아차는 이보다 앞선 1975년 ‘브리사 픽업’ 10대를 카타르에 처음 수출했다. 두 회사의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 해외로 팔려나간 자동차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3342만2955대에 이른다. 2011년부터는 한 해 200만 대가 넘는 차량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아산공장에서 만드는 쏘나타와 그랜저는 대한민국 ‘간판 차종’의 역할을 해 왔다. 아산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은 보통 70% 정도가 국내에서 팔리고, 30% 정도를 해외에 수출해 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시장이 정체되자 수출 비중이 35% 이상으로 높아졌다. 현대차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강력한 의지 아래 2000년대 초반부터 철저한 ‘현지화 모델 전략’을 펴 왔다. 예전에는 똑같은 차를 만들어 국내에도 팔고 미국에도 팔았지만 지금은 중남미, 중동, 동남아 등 수출 대상의 특징에 맞춰 모델을 조금씩 변경해 생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지대 국가인 에콰도르에 판매하는 차량은 배터리가 빨리 닳지 않도록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식이다.
장 실장은 “한 생산라인에서 여러 가지 차종을 그것도 세계 각국에 팔려나갈 다수의 변경 모델을 생산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며 “해외 경쟁업체들도 아산공장의 뛰어난 시스템을 보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의 외로운 글로벌 수출 행보에 최근 반가운 동반자가 생겼다. 노사문제로 인해 2009년 이후 극심한 침체기를 겪은 쌍용자동차가 최근 들어 활기를 되찾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올해 11월까지 약 7만5000대를 수출해 2007년(7만5965대)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태세다.
자동차업계에서도 한국산 자동차의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 상승을 위해서는 쌍용차와 같은 경쟁 기업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쌍용차는 최근 1년 사이 해외 판매 네트워크를 대폭 확대했다. 올 들어 중국과 독일에서 잇달아 ‘코란도 C’ 신차 발표회를 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 국내 철강업계 부활의 노래 ▼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동부제철
고품질 ‘K-steel’로 中 ‘철해전술’ 돌파
고품질 ‘K-steel’로 中 ‘철해전술’ 돌파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들이 중국 업체들의 대규모 생산능력 확충으로 수출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철강회사들의 올해 1∼10월 수출량은 2402만6109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39만6600t)에 비해 5.4% 줄었다. 전년 대비 국내 철강 수출량 증가율은 2010년 21.1%, 2011년 16.9%, 2012년 4.8%로 지속적으로 둔화된 데 이어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는 것과 함께 중국 정부가 전략 기간산업인 철강 및 석유화학 제품의 국산화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철강 산업은 중국의 재고 증가와 주요 수입국의 수입 규제 등으로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며 “세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중국이 다시 생산량을 늘리면 한동안은 국내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 업체들의 공세를 극복하기 위해 신공법 및 고품질 철강 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 부문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을 2011년 1.39%, 지난해 1.52%, 올해(1∼9월) 1.63%로 꾸준히 높이고 있다. 덕분에 조강 생산량에서 세계 6위권인 포스코가 글로벌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에서 4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세계 최초의 ‘파이넥스 공법’을 상용화하는 등의 기술 혁신을 통해 글로벌 톱 철강사의 지위를 확보했다”며 “현재는 자동차강판 에너지강재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기반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중국은 물론이고 인도네시아, 브라질, 인도, 베트남, 터키 등 성장성이 높은 신흥 시장으로 적극 진출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올해 9월 제3고로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일관제철소 건설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현대제철도 꾸준히 수출 실적을 늘려나가고 있다. 2008년 207만 t에 불과했던 현대제철의 철강 수출량은 지난해 407만 t으로 4년 사이 2배로 늘었다. 올해 말까지 현대하이스코의 냉연강판 부문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제철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국제강의 경우 수출 비율이 10%대로 그리 높지 않지만 해양플랜트용 후판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4월 세계 최대 에너지기업인 미국 엑손모빌의 해양플랜트 상부구조물용 후판 공급사로 선정됐다. 덴마크 동에너지,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프랑스 토탈 등 글로벌 기업에도 해양플랜트용 후판을 공급하고 있다. 동부제철은 열연강판, 아연도강판, 컬러강판, 석도강판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판로를 개척하면서 전체 생산량의 4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아산=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