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은 1999년 동티모르 내전 당시 한국이 전투병을 파병해 동티모르가 한국과 우호관계에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동티모르 정부의 측면 지원을 이끌어냈다. 또 발주처인 ‘동티모르 TL 시멘트’에는 모회사인 호주 주택건설업체 ‘BGC’와 포스코건설의 ‘특수관계’를 들어 설득했다. 과거 사업을 함께하면서 신뢰를 쌓았다는 것. 두 전략이 통하면서 포스코건설은 3일 계약을 따냈다.
4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종합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위 10개 건설사가 최근 10년간 새로 진출한 국가는 총 95개국이다. 이 가운데 올 들어 처음 진출한 곳은 20개 국가로 전체의 21%에 이른다. 해외에 처음으로 진출한 국가를 최근 3년간으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의 절반 수준인 44개 국가(46.3%)에 이른다.
1966년 베트남 항만공사를 수주하면서 해외에 첫발을 내디딘 대림산업이 지난해까지 진출한 국가는 모두 24개국이다. 이 가운데 올 들어 오만, 헝가리, 리비아, 라오스에 새로 진출하면서 지난 46년간 진출한 국가의 6분의 1만큼을 올 한 해 동안 진출했다. 최근 해외 누적수주 1000억 달러(106조 원)를 돌파한 현대건설도 최근 10년간 새로 진출한 국가 8곳 중 7곳을 올해와 지난해에 진출했다.
처음으로 진출한 국가에서 나오는 공사비 규모도 커지고 있다. 상위 10대 건설사가 올해 처음으로 진출한 국가에서 맺은 계약금은 4일까지 121억 달러(13조 원)로 전체 해외수주 금액 649억 달러(69조 원)의 5분의 1 수준인 18.6%에 이른다. GS건설이 올 9월 카자흐스탄에서 따낸 14억 달러(1조5000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사업과 대림산업이 지난달 오만에 처음 진출하면서 수주한 21억 달러(2조2000억 원) 규모의 정유공장 건설공사가 대표적이다.
○ 토목, 아시아 시장 선전
중동시장 일변도에서 탈피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올해 아시아 시장에서 226억 달러(24조 원)어치를 수주해 아시아 시장의 연간 수주금액이 처음으로 200억 달러(21조 원)를 넘었다. 반면 2000년대 이후 줄곧 전체 해외수주 금액의 6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던 중동지역의 수주액은 올해 235억 달러(25조 원)로 아시아 지역과 비슷한 수준이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실장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수주 노력을 집중하면서 해외시장의 분포가 갈수록 다변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추가로 수주되는 해외공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이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