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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침대-매트리스 시장 ‘戰國시대’ 돌입하나

입력 | 2013-12-05 03:00:00


형제기업인 에이스침대와 시몬스가 장기 집권해온 국내 침대·매트리스 시장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잠 산업’ 시장을 잡기 위해 국내외 후발 주자들이 선두 기업에 도전장을 던지고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올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몇 년 안에 국내 매트리스 시장이 춘추전국 시대를 맞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4일 가구업계 및 침대, 매트리스 전문 업체들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침대·매트리스 시장 규모는 약 7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안유수 에이스침대 창업주의 두 아들인 안성호, 안정호 사장이 각각 이끄는 에이스침대와 시몬스가 업계 1, 2위로 두 회사가 전체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두 기업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성장을 거듭해왔으나 지난해부터 매출 확대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에이스침대의 지난해 매출은 1784억 원, 영업이익은 371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06억 원, 56억 원 감소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매출과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95억 원, 55억 원 줄었다. 시몬스의 경우 지난해 연매출은 2011년과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은 14억 원 축소됐다. 두 업체는 대리점에 ‘물량 밀어내기’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달부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거래행위 조사도 받고 있다.

선두 기업들이 주춤한 사이 국내 후발 주자들과 글로벌 기업들은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한샘 까사미아 등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제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한샘이 2011년 내놓은 ‘컴포트아이’, 까사미아가 올해 10월 선보인 ‘드림’ 매트리스 등의 가격은 퀸 사이즈 기준 49만∼120만 원 정도로 에이스침대의 동종 제품에 비해 최대 100만 원까지 저렴하다. 특히 한샘의 컴포트아이는 올해 7∼11월 월평균 판매량이 지난해의 갑절로 뛰어올랐다. 한샘 통합마케팅실 관계자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0∼30%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내놨다”면서 “가격 대비 성능에 관심이 많은 젊은 소비자들이 실속형 매트리스 제품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매트리스 업체들의 공세도 시작됐다. 10, 11월에만 유명 해외 브랜드 매트리스 2곳이 한국에 진출했다. 미국 브랜드인 ‘비본’은 지난달 롯데백화점 온라인몰인 ‘엘롯데’에 입점했다. 비본은 자사 최상위 제품 라인을 190만 원대에 선보이고 있다. 같은 미국 브랜드인 ‘에르고모션’은 모양이 변하는 ‘모션침대’를 600만 원대(2인용 기준)에 내놓고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세계 1위 매트리스 업체인 씰리침대는 지난해 말 한국에 특화된 ‘매트리스 렌털 서비스’를 선보였다.

에르고모션을 수입 판매하는 ‘에르고슬립’의 마케팅 담당자는 “한국의 침대·매트리스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데 비해 업체 간 경쟁이 아직까지 치열하지 않은 편”이라며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몇 년 안에 3만 달러대에 진입하면 브랜드가 다양해지고 업체 간 경쟁도 훨씬 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희 비본코리아 마케팅팀장도 “3, 4개 업체가 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하는 한국의 매트리스 시장 구조는 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장기간에 걸쳐 한국인의 체형을 연구해온 만큼 수입 브랜드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내년에 신제품을 내놓으며 후발 업체들의 도전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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