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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V 선도 기업 발굴해 ‘포터賞’ 준다

입력 | 2013-12-05 03:00:00

산업정책硏, 경영전략 대가 美 마이클 포터 교수 이름 따 제정




산업정책연구원은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이름을 딴 ‘포터상’을 만들어 2014년부터 매년 공유가치창출(CSV) 활동에 모범을 보인 기업 및 단체에 시상할 계획이다. 사진은 2011년 12월 6일 열린 ‘2011 동아비즈니포럼’에 포터 교수가 참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개원 20주년을 맞은 산업정책연구원이 기업의 사회적 역할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선도 기업을 발굴하는 ‘포터상(Porter Prize)’을 제정한다.

포터상은 CSV의 주창자이자 경영전략 대가인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이름을 딴 것으로 2014년 8월부터 심사에 들어가 12월에 포터 교수가 첫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첫해엔 한국의 기업과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이 심사 대상이지만 이후 전 세계 기업과 기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산업정책연구원 20주년 국제세미나에서 포터상 제정의 취지를 소개한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들이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기부나 자선활동에 예산 일부를 할당하고 이를 사회공헌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에 비해 CSV는 기업 고유의 사업에 공동체를 위한 가치 창출 요소를 녹여내는 것으로 기업의 이윤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가치도 만들어내는 윈윈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 교수는 “1950년 일본이 품질관리 분야의 대가였던 미국의 통계학자 에드워드 데밍의 이름을 딴 데밍상을 제정해 지금까지도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갖춘 제조업체들을 배출했다”며 “한국도 포터상 제정을 통해 전 세계 CSV 분야의 리더가 될 수 있는 기업들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부터 한국에서 본인의 이름을 딴 상을 수여하게 된 포터 교수는 1979년 경영학의 기초이론 중 하나인 ‘5가지 경쟁요인 분석(five forces analysis)’을 개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발전 모델로 제시한 개념이 바로 CSV 이론이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서 한 단계 진화된 경영 패러다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터 교수는 많은 기업이 CSR, 혹은 사회공헌활동이라는 이름으로 기부, 장학금 지원, 예술사업 후원, 봉사활동 등을 하고 있지만 이는 회사의 경영활동과는 무관하고 경영자의 뜻과 개인적 선호에 좌우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언제든 중단될 수 있고 효과도 의심스럽다고 비판해왔다.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을 위해서는 사업 외적인 활동이 아니라 사업 그 자체로서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금융업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높은 금리를 챙겨 많은 돈을 번 다음에 그 일부를 구호단체에 기부하는 은행보다는 기부는 하지 않지만 그 대신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소액대출을 해주는 은행이 보다 의미 있는 사회공헌을 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포터 교수의 CSV 이론은 2011년 12월 동아일보와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주최한 ‘2011 동아비즈니스포럼’을 통해 국내에 처음 알려지며 산업계와 경영학계에 파문을 던졌다. 포터 교수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 선거를 1년여 앞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의원과 두 시간 넘게 비공개 면담을 갖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포터상 제정 행사 외에도 한국 기업과 공공기관, 싱크탱크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10대 과제를 주제로 국내외 참석자들 간에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임원혁 경쟁정책연구부장은 “경제의 잠재 부실요소를 해소하고 역동성을 제고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규제 개혁과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를 주장하는 한편 “사회적 약자인 중소기업의 비노조,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산하 정책연구기관인 서울연구원의 이창현 원장은 지역자치단체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시민과 전문가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연구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서울은 국제경쟁력 측면에서는 뉴욕, 싱가포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도시인데 한강 다리 위에는 ‘자살하지 말라’는 문구를 써 붙여야 할 정도로 시민들의 삶이 팍팍하다”며 “개방형 정책 연구 네트워크를 통해 시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일한 해외 참석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제임스 맥간 교수는 독립적인 정책·전략 연구기관을 뜻하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맥간 교수는 미국에서 입법 과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 경제 분야 싱크탱크들의 예를 들며 한국에서도 싱크탱크가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 입안 과정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대학 소속 연구기관은 현실의 정책과 괴리된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고 경제단체 산하의 연구조직은 연구의 범위가 협소하다”며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독립된 싱크탱크야말로 폭넓은 시각으로 정책적 딜레마들에 대한 효율적이고 중립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싱크탱크는 생각(think)하는 일 외에도 행동으로 옮기는 일, 그리고 정책을 홍보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기업은 싱크탱크를 재정적으로 후원하되 연구 결과에는 영향력을 행사하려들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