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무슨 일이…”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한 주민이 4일 서부전선 최전방인 경기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한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김포=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북한에서 공개처형은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공포정치의 도구가 첫 번째 성격이다. 반대세력 억압과 공포 유발을 위해서는 최대한 주민들에게 많이 알려져야 한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주석은 이를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빗댔다. 반면 북한 바깥으로 처형 소식이 새어나가면 안 된다. 국제 사회로부터 인권 말살국으로 비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개처형이 가진 두 번째 성격이다. 이에 따라 공개처형은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과 같은 대외용 매체에는 일절 언급되지 않는다. 대신 북한은 공개처형을 은밀하되 북한 사회 내부에는 널리 전파될 수 있는 방법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때 사용되는 수단이 ‘제3방송’이다. 안보부처 관계자는 “제3방송은 각 가정마다 유선으로 연결한 스피커로 방송되며 라디오와 달리 전파를 쓰지 않기 때문에 외부 감청이 어렵다”고 말했다. 제3방송은 평양은 물론 각 도시군리까지 연결돼 있으며 농어촌 지역에서는 라디오보다 더 발달돼 있다. 이는 북한의 라디오 수신기가 부족한 물자 사정과 집단 청취를 통해 선전효과를 높이려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달 말 장성택의 측근인 이용하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처형된 사실은 군 정보당국의 시긴트로도 파악됐다. 처형 사실을 북한군 수뇌부에 전파하는 과정에서 대북감청에 포착된 것이다. 군은 이를 북한의 이상동향으로 판단하고 국정원과 함께 관련 첩보를 연계해 북한 내부동향을 시시각각 추적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장성택의 두 측근을 처형한 뒤 내부 동요와 같은 만일의 사태를 막기 위해 김정은 제1비서가 평양을 떠나 있는 동안 군 내부에 신속히 전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독재국가지만 북한도 처형을 위해서는 혐의가 필요한데 이 때 주로 사용되는 것이 달러다. 북한에서 웬만한 가정은 모두 달러를 갖고 있다. 물자가 부족하고 북한 원화는 화폐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어 권력자일수록 달러를 많이 갖고 있다. 북한 당국은 평소 이를 묵인했다가 숙청대상으로 지목되면 그 사람의 집에서 달러를 찾아내 ‘국가정보원의 공작금을 받았다’고 혐의를 씌운다. 그래서 숙청할 때는 가택수색부터 이뤄지는 것이 일상적이다.
공개처형은 대상자를 세워놓고 총알을 30, 60, 90발 단위로 한 사람에게 퍼부어 벌집을 만드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시신을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형체를 짓이겨 놓는 것이다. 친인척도 ‘9족을 멸한다’고 할 만큼 철저히 유린한다. 반대세력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다. 그래서 북한에서 숙청은 철직이나 강등이 아니라 목숨을 빼앗는 것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진다.
조숭호 shcho@donga.com·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