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고 3 아들의 손을 잡고 온 40대 후반의 아버지가 노트북을 펼쳐놓고 최신 통계프로그램을 돌리면서 희망 학과의 몇 년 치 경쟁률과 추가합격자 수를 받아 적어가며 분석을 하더란다. 이 전문가는 “몇 년 전만 해도 주로 어머니들이 찾아와 꼭 붙을 만한 곳을 짚어달라고 했는데 요즘은 아버지들이 와서 직접 경쟁률을 분석하고 향후 진로까지 따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의 한 유아 영어교육기관은 평일 오후 4시에 아버지 참여 행사를 열었다. 한 반 10여 명 가운데 해외출장, 지방근무 중인 2명을 빼고 모든 아버지가 참석했다. 일반 회사라면 퇴근은 꿈도 못 꿀 시간대에 아버지들의 참석률이 이렇게 놓았던 이유는 대부분 교수, 의사, 변호사, 사업가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놓고 ‘그래, 내 얘기네’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아버지가 과연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아버지는 일에 쫓기고, 심신이 피곤하고, 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손을 놓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교육부의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아들이 중학생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보니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더라고 고백한 적도 있다.
교육학자들에 따르면 아버지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아이들은 사회성과 인지발달이 우수하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직 자녀교육에 대한 아버지의 역할과 지원에 개인차가 크다. 인기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아빠 어디가’를 모방한 수십만 원짜리 1박 2일 캠프가 알음알음 유행이라지만 대다수 아버지는 주말에 온전히 시간을 내기조차 쉽지 않다.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의 한 유치원 원장은 “아버지 참여 프로그램을 한 번 해보려고 했더니 올 수 있다는 분을 다섯 손가락으로 꼽겠더라. 평일은커녕 주말에도 일당 벌이에 바쁜 분이 많아 결국 못했다”고 전했다.
현장 교사들은 재력, 시간, 지적 능력의 3대 요소에 따른 ‘아빠 디바이드’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런 격차를 줄이려면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들의 자녀 교육 참여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과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