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4000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률도 2.8%로 회복세가 뚜렷하다. 객관적 수치와 주관적 만족도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행복지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유엔 조사에서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세계 56위로 경제규모(15위)에 크게 못 미친다. 돈은 좀 있는데 마음이 공허하다는 뜻이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국민의 불안감이 커졌다. 무차별적 세계화로 양극화가 심화하고 노후 불안도 심해졌다. “노후 대비는 포기했어요. 당장 먹고살아야 하잖아요.”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어렵잖다. 한국의 복지 수준이 나라 위상에 많이 못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 구성원의 분자화 현상 또한 뚜렷하다. ‘어려움에 빠졌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친구나 친척이 있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4개 회원국 국민들에게 던진 이 질문에 한국인의 77%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OECD 평균 90%에 못 미친다. 고립감 단절감을 느끼는 한국인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