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해보험 3-0 완파… 김세진 감독 “간절함 통했다”
감독만큼 기쁜 구단주 창단 후 8연패 중이던 프로배구 러시앤캐시 김세진 감독(왼쪽)이 5일 LIG손해보험을 꺾고 첫 승을 거둔 뒤 최윤 구단주와 손을 맞잡고 기뻐하고 있다. 발리볼코리아닷컴 제공
김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이기려면 절실함만 가지고는 안 된다. 간절해야 한다”면서 “절실함을 간절함으로 만드는 게 바로 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승리는 자신 없는 눈치였다. 김 감독은 “아직은 팀을 만들어 가는 단계다. 2라운드는 지나야 첫 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머 감각을 발휘해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 때 일본에 패한 뒤) 삭발하고 햇수로 20년 만에 머리를 밀게 생겼다”며 웃었다. 창단 후 10연패를 당하면 선수단은 물론이고 배구단 전원이 삭발을 하기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러시앤캐시는 이날 경기 전까지 8연패 중이었다.
다행히 김 감독이 머리를 미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송명근(20)의 오픈 공격이 상대 블로킹에 맞고 코트에 떨어진 순간 김 감독은 선수들과 한데 뭉쳐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외국인 선수 바로티(22·헝가리)였다. 바로티는 이날 24득점(공격성공률 61.11%)을 퍼부으면서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시즌 초반 김세진 감독이 “심각한 상태라고 봐도 좋다”고 혹평했던 때와 비교하면 백조가 된 미운 오리 새끼였다. 바로티는 경기 뒤 “처음에는 한국식 훈련이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참고 견디다 보니 스스로 생각해도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그 뒤로 자신감도 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역시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안산=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