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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주의보 첫 발령]中서 넘어온 스모그, 한국 하늘에 갇혀

입력 | 2013-12-06 03:00:00

왜 올해 겨울 대기오염 유독 심한가




초미세먼지 주의보 첫 발령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5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상당수 지역을 뒤덮으면서 겨울철 우리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위협이 현실화됐다. 올해 m³당 10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이상의 미세먼지가 12시간 넘게 이어지는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나타난 건 모두 21회. 지난해(3회)보다 무려 7배나 많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심장과 폐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발 대기 오염은 봄철 황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올겨울부터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자주 이동하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수년간 중국의 산업화로 오염물질 발생량이 급격히 증가한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는 11월 초부터 겨울 추위가 시작돼 중국에서 난방을 일찍 시작했다. 중국은 난방용 에너지의 70%를 석탄으로 충당하고 있어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다. 김준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중국인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11월에도 난방을 하는 인구가 늘어난 데다 승용차 이용자까지 늘어 미세먼지의 양이 급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31개 성시 자치구 중 25곳에서 스모그가 발생할 정도로 대기 오염이 심각하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2일부터 사흘 연속 스모그 경보를 발령했다고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5일 전했다. 중앙기상대 관계자는 “올해 입동(11월 7일) 이래 가장 넓은 범위에서 스모그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심한 곳은 가시거리가 50m에 불과해 일부 공항은 항공기 이착륙을 불허했다. 고속도로들도 봉쇄됐다. 장쑤 성 난징(南京) 시는 4일 m³당 초미세먼지(PM 2.5 이하) 농도가 12시간 넘게 300μg 이상을 기록하며 스모그에 태양빛이 반사돼 태양이 두 개로 보이는 착시현상까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겨울철 우리나라에 북서풍이 불면서 중국의 대기 오염 물질이 우리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환경부 조사 결과 서풍 또는 북서풍 계열의 바람이 불 경우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44.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우리나라 대기에 떠 있는 미세먼지 대부분이 중국에서 날아왔다고 보긴 어렵다. 최근 한중일 과학자들이 참여한 장거리이동오염물질 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발 오염물질이 국내 대기환경 악화에 끼친 영향은 30∼40%인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의 대기가 예년에 비해 지나치게 안정돼 있는 것도 미세먼지 오염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대기의 흐름이 활발해야 오염물질이 흩어져 미세먼지 농도가 내려가는데 지금처럼 대기가 안정된 상태가 지속되면 중국에서 온 미세먼지가 막다른 골목에 묶이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인천 등 국내의 공장 밀접지역이나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 갇혀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유지되는 측면도 있다.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폴란드 바르샤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19)에서 발표된 ‘중국 미래 기후전망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2022년까지, 최악의 경우에는 2050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놓여 있어 대기가 정체된 상태다. 여기에 최근처럼 안개 끼는 날이 잦으면 오염물질이 안갯속 물방울에 달라붙어 미세먼지가 한 지역에 오래 머물게 된다.

환경부는 단기 대책으로 대기 상태를 날씨처럼 예보하는 ‘미세먼지 예보제’를 8월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 2월부터 전면 시행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바르샤바 COP19에서 중국 측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구했으며 이달 베이징에서 열릴 한중일 환경협력포럼 때도 스모그 저감을 위한 3국 간 협력을 제안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임기응변에만 급급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한다. 지금처럼 미세먼지 이동 상황을 지상에서 관측해 하루 전에 예보하는 데 그칠 경우 정보를 신속히 전달받지 못한 시민들이 미세먼지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저지구궤도에 환경감시위성을 띄워 자국 지상에 미세먼지가 오기 전에 해상에서 사전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놓고 있다”며 “그만큼 예보가 빠르고 이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오염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시민들은 외출 전 대기 상태를 확인하는 게 좋다. 환경부는 ‘에어코리아’(airkorea.or.kr) 사이트를 통해 지역별 실시간 오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의 실시간 대기 정보는 홈페이지(cleanair.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휴대전화 문자로 대기 질 정보 수신 서비스도 신청할 수 있다.

신광영 neo@donga.com·손효주 기자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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