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타일바닥 시공 제대로 안했다” 현장시찰 도중 담당자 총살 지시
○ 공포의 일상화… 질책 후 처벌 사례 이어져
대북소식통들에 따르면 9월 중순 김정은은 미림 승마구락부 건설현장을 시찰하던 도중 마구간 타일 바닥이 당초 지시대로 시공되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담당자를 처형하라고 지시했다. 바닥 시공 담당자는 다음 날 총살됐다. 주민들의 편익과 여가 증진을 위해 만드는 승마장의 타일 때문에 사람 목숨이 사라진 것이다. 이 마구간은 러시아에서 거액을 들여 수입한 혈통 좋은 말들이 묵을 예정이었다. 또 이 공사를 책임진 전창복 후방총국장은 당시까지 공사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명 4개월 만에 전격 해임됐다.
소식통들은 김정은이 공포정치를 일상화하고 있는 이유로 외부 사조(思潮) 유입 척결을 꼽고 있다. 특히 외부 사조 유입의 주요 통로인 CD, USB 메모리 등이 자신의 권위를 흔드는 도구로 비치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와 비슷한 외모의 여성이 등장하는 음란 CD가 주민들 사이에 유통된 것이 결정적인 촉매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불순 녹화물은 아편보다 더한 독약’이라고 규정하고 인민보안부(경찰에 해당)가 맡던 녹화물 단속을 국가안전보위부(한국의 국가정보원)로 이관하면서 녹화물 관련 처형 사례가 전역에서 빈발하고 있다. 함경남도 강화도 양강도 등에서 수십 명이 공개 처형됐고 최대 70명이 한꺼번에 숨지기도 했다. 이때 고등중학교 저학년(중학생)에 불과한 어린이도 목격을 강요당하는가 하면 교육인 줄 알고 모였다가 처형을 보고 실신하는 주민이 생겨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 즉흥적 의사결정으로 주요 보직 경질
김정은의 즉흥적 충동적인 의사결정은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5일 ‘김정은 집권 2년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에서 “김정은이 기분에 치우쳐 장난처럼 군 인사를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소는 국정원 산하기관으로 남북, 대외분야에 특화돼 있다.
QR코드를 찍으면 국제앰네스티의 ‘북한 정치범수용소 확장’ 관련 리포트를 위성 사진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가벼운 일이어도 기분이 내키지 않으면 현장에서 사람을 쫓아내기도 했다. 고 수석연구위원은 “10월 22, 23일 평양에서 열린 ‘중대장·정치지도원 대회’에서 졸았던 군 간부들을 강등시키거나 해임시켰다”며 “지방 방문 중 거리에 쓰레기가 많다는 이유로 해당 지역 시(市)당 책임비서를 현지에서 자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