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반 회담 무슨 얘기 했나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5일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켰던 것과 대조를 보였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오전 베이징(北京)에서 주중 미국 상공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갑작스러운 방공구역 선포는 지역에 심각한 불안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일) 시 주석에게 미국의 우려와 함께 중국에 대한 기대를 매우 직설적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부통령은 “이 건을 미중 관계와 지역 내 중국의 역할이라는 ‘좀 더 폭넓은 맥락’에서 얘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상 방공구역 문제를 놓고 재차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비쳤다. 시 주석과 함께한 기자회견장에서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자국민 앞에서는 강경 방침을 다시 천명한 것이다.
중국도 여전히 강경한 기류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측은 (바이든 부통령과의) 회담에서 원칙적인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며 “미국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로 이를 존중할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앞서 시 주석과 바이든 부통령은 4일 단독 회담 2시간, 확대 회담 1시간 반, 만찬 2시간 등 모두 5시간 반 동안 만났다. 하지만 두 사람이 회담 후 공동 회견에서 ADIZ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시 주석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편 바이든 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 문제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부통령을 수행 중인 미 고위 당국자는 이날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북한을 가장 먼저 거론하며 “양측이 상당 시간을 할애해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에 대해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시 주석과 바이든 부통령은 최근 타결된 이란 핵협상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미 당국자는 “이란의 사례가 북한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압박, 대화, 국제사회 협력이 결합된 이란 핵 해법은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