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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요구한 ISD조항 반영… 쇠고기 - 車시장 주고받아

입력 | 2013-12-06 03:00:00

韓-호주 FTA 4년 7개월만에 타결




2009년 5월 시작된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이 4년 7개월 만에 타결됨에 따라 한국은 자동차 휴대전화 등 고부가가치 상품 수출을 위한 길을 넓힐 수 있게 됐다. 반면 호주산 쇠고기 수입 증가로 국내 축산농가가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국회 비준 과정에서 큰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자동차 휘발유 휴대전화 수출에 활로

이번 협상 타결로 호주는 한국과 FTA를 체결하는 11번째 나라가 됐다. 정부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만7000달러에 이르는 호주와의 교역이 활발해지면 한국 기업들이 호주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을 더 많이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한국과 호주의 교역금액이 322억 달러로 전 세계 교역 상대국 중 7위에 해당하는 규모였는데 FTA가 발효되면 교역이 더욱 활발해져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은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는 반면 호주는 농축산업, 광업 같은 1차 산업과 서비스업에서 경쟁력이 높은 편이어서 서로 이상적인 FTA 상대국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국으로선 자동차, 휘발유, 경유, 휴대전화 같은 제품을 수출해서 무역흑자를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제조업체가 원료로 쓰는 호주의 광물자원을 싼값에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한-호주 FTA 체결로 한국의 실질 GDP가 0.1% 정도 증가하는 효과가 있고 소비자들이 얻는 반사이익도 금액 기준으로 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 쇠고기 수입은 2030년에 완전 개방

한국과 호주 양국이 대립해 온 부분은 투자자-국가소송제(ISD)와 농축산물 개방 분야였다. 한국 기업이 호주에 많이 진출해 있는 한국으로서는 한국 투자자가 손해를 봤을 때 호주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신청할 수 있는 ISD가 꼭 필요했다. 반면 세계적 축산국인 호주로서는 한국에 축산물을 싸게 팔 수 있도록 시장 개방시점을 앞당겨야 했다.

일단 한국 정부는 협상 결과에 대체로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ISD를 관철했을 뿐 아니라 농축산 분야의 개방 정도가 과거 한미 FTA나 한-EU FTA와 비교하면 낮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쇠고기 시장 완전개방 시점이 2030년으로 협상 발효 후 15년 이후인 데다 국내 농가가 피해를 입을 것에 대비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또 쌀, 분유, 과일, 대두, 감자, 굴, 명태 등 국내 농가가 피해를 볼 수 있는 민감 농산물 158개 품목은 기존처럼 관세를 물릴 수 있다. 전체 농산물 품목의 10.5%가 개방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개방 제외 농산물 비율은 한미 FTA 때는 1%, 한-EU FTA 때는 2.9%였다. 돼지고기 가운데 냉동 삼겹살은 기존 관세가 유지되고 나머지 돼지고기 부위는 10년에 걸쳐 현행 25%인 관세가 유지된다. 닭고기는 부위에 따라 협정 체결 10∼18년 후 현재 18∼30% 선인 관세가 철폐된다.

○ 국회 비준 과정서 진통 예상

전문가들은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호주산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면 국내 축산농가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 때문에 국회 비준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기준 호주산 쇠고기의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 점유율은 56.9%로 미국(38.9%), 뉴질랜드(3.5%)보다 높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한미 FTA 체결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과거 5개년도 평균 수입량보다 53.6% 증가했다. 그 결과 국내 한우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호주산 쇠고기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면 국내 한우 가격 하락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역통상팀장은 “호주산 쇠고기는 청정지역 이미지가 있어 국내에서 인기가 높을 것”이라며 “자동차 부문 수출로 얻는 이익이 큰 만큼 정부가 예산을 들여 축산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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