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호주 FTA 4년 7개월만에 타결
○ 자동차 휘발유 휴대전화 수출에 활로
이번 협상 타결로 호주는 한국과 FTA를 체결하는 11번째 나라가 됐다. 정부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만7000달러에 이르는 호주와의 교역이 활발해지면 한국 기업들이 호주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을 더 많이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한국과 호주의 교역금액이 322억 달러로 전 세계 교역 상대국 중 7위에 해당하는 규모였는데 FTA가 발효되면 교역이 더욱 활발해져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한-호주 FTA 체결로 한국의 실질 GDP가 0.1% 정도 증가하는 효과가 있고 소비자들이 얻는 반사이익도 금액 기준으로 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 쇠고기 수입은 2030년에 완전 개방
한국과 호주 양국이 대립해 온 부분은 투자자-국가소송제(ISD)와 농축산물 개방 분야였다. 한국 기업이 호주에 많이 진출해 있는 한국으로서는 한국 투자자가 손해를 봤을 때 호주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신청할 수 있는 ISD가 꼭 필요했다. 반면 세계적 축산국인 호주로서는 한국에 축산물을 싸게 팔 수 있도록 시장 개방시점을 앞당겨야 했다.
일단 한국 정부는 협상 결과에 대체로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ISD를 관철했을 뿐 아니라 농축산 분야의 개방 정도가 과거 한미 FTA나 한-EU FTA와 비교하면 낮다는 것이다.
또 쌀, 분유, 과일, 대두, 감자, 굴, 명태 등 국내 농가가 피해를 볼 수 있는 민감 농산물 158개 품목은 기존처럼 관세를 물릴 수 있다. 전체 농산물 품목의 10.5%가 개방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개방 제외 농산물 비율은 한미 FTA 때는 1%, 한-EU FTA 때는 2.9%였다. 돼지고기 가운데 냉동 삼겹살은 기존 관세가 유지되고 나머지 돼지고기 부위는 10년에 걸쳐 현행 25%인 관세가 유지된다. 닭고기는 부위에 따라 협정 체결 10∼18년 후 현재 18∼30% 선인 관세가 철폐된다.
○ 국회 비준 과정서 진통 예상
전문가들은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호주산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면 국내 축산농가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 때문에 국회 비준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기준 호주산 쇠고기의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 점유율은 56.9%로 미국(38.9%), 뉴질랜드(3.5%)보다 높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한미 FTA 체결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과거 5개년도 평균 수입량보다 53.6% 증가했다. 그 결과 국내 한우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호주산 쇠고기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면 국내 한우 가격 하락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