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e메일 문서 수십건 확보 수신-발신인 같아 아이디 공유 추정… 종북세력공격 대응방안 등 담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통합진보당 간부 전모 씨(44)가 북한의 대남공작조직 225국과 225국 산하 반국가단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에 국내 정세 동향 등을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e메일 수십 건을 공안당국이 확보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공안당국은 전 씨가 북한 측 누구에게 e메일을 보냈는지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최성남)와 국가정보원은 최근 전 씨가 225국과 총련에 보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e메일 문서 수십 건을 압수했다. e메일 내용은 △2012년 19대 총선 평가 △자유무역협정(FTA) 저지·광우병·반값등록금 투쟁 계획 △종북 세력이라는 공격에 대한 대응방안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진당 분당 사태와 내부 동향, 전망 등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은 e메일이 ‘사이버 드보크’로 활용됐다고 보고 있다. 드보크는 남파된 북한 공작원이 고정간첩에게 줄 무기나 암호 자료를 숨겨두는 비밀 매설지다. 과거에 북한 공작원들이 땅속에 무기나 자료 등을 숨겨두면 간첩이 약속된 시간에 찾아가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이버 공간에서 e메일을 비밀 매설지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주로 225국이 이런 방식으로 국내 간첩에게 정보를 보고받고 지령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전 씨가 e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북측과 공유하고 e메일로 225국이나 총련에 보고하고 지령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고 상대가 225국 공작원이나 총련 거점책인 것이 밝혀지면 전 씨의 혐의가 더 구체화된다. 전 씨는 중국에서 활동 중인 225국 공작원과 접촉하며 지령을 받고, 총련의 거점책과 연락하고 만난 혐의로 지난달 28일 구속 수감됐다.
사이버 드보크로 225국에 정보 보고를 하고 유죄를 선고받은 간첩들은 최근에도 있었다. 대법원은 올해 5월 자신의 e메일 주소 2개를 225국 공작원과 공유하고 교신 내용과 지령을 주고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인터넷매체 자주민보 대표 이모 씨(45)에게 징역과 자격정지 각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기 A대 강사 이모 씨(40)는 웹하드에 225국 공작원과 자신의 e메일 아이디 및 비밀번호를 공유한 뒤 e메일을 통해 군사자료 등을 보고한 혐의로 2010년 수원지법에서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았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