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의 디딤돌, 우주를 잡아라]<上>숲을 보고 나무를 키우자
우리나라는 2020년 개발 완료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KSLV-2)를 이용해 독자적으로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착륙선에 탑재되는 로버(무인탐사차량)는 달 표면을 돌아다니며 암석 채취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가까운 데만 보면 그 이상 갈 수 없습니다. 멀리 볼 때 비로소 도약할 수 있는 거죠.”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 수정에 참여한 이인 KAIST 인공위성센터 소장은 우주기술은 단기적 성과에만 급급하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만큼 멀리 보고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 ‘숲’과 ‘나무’ 모두 본다
우리나라의 최초 우주개발 계획은 1996년에 수립됐던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1996∼2015)’. 그 뒤 2005년까지 세 차례 수정·보완이 이뤄졌다. 2005년 ‘우주개발진흥법’을 만들고, 이 법에 따라 2007년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이 처음 수립돼 2011년까지 추진됐다. 1차 기본계획의 결과물이 바로 나로호 발사다.
2011년 12월에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골자로 하는 ‘2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2012∼2016)’이 수립됐는데, 발사체 개발에만 그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발표된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은 개별 프로젝트와 산업체 참여 및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사실상 ‘최초’의 계획으로 평가받는다. 그동안은 선진국 추격 중심의 ‘위성’과 ‘발사체’ 개발이란 ‘나무’만 봤다면, 이제는 세계 시장 경쟁력, 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숲’을 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장기 계획에는 2030년 75t급 한국형 발사체 9개를 묶어 3t급 정지궤도 발사체로 업그레이드하고, 2040년에는 6t급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 추가됐다. 또 2020년에 달 탐사선을 보내는 것이 목표라면, 2030년에는 달에서 샘플을 채취해 귀환하는 것으로 목표를 확장했다. 위성 발사 계획에서도 2020년 다목적 실용위성 2기를 국외로 수출하고, 2040년에는 다목적위성 3기, 중형위성 4기, 정지궤도위성 1기를 자력 개발해 수출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이 되더라도,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산업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 대표적 장치 산업인 우주 기술 분야에서는 정부 투자만으로는 생태계 조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고서곤 우주정책과장은 “우주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은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데, 발사체 기술이나 부품의 구체적인 활용 계획이 없다는 불만이 많았다”며 “산업체가 예측할 수 있는 중장기 계획으로 산업 기반을 탄탄하게 갖추는 것이 이번 계획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미래부는 적극적인 기술 이전을 통해 우주 개발에 있어서 국내 우주산업체 참여 비율을 2011년 41%에서 2017년 81%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