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형남 논설위원
백령도 지하 요새는 1970년대 박정희 정부 때 만들었다. 40년이 지났지만 현장을 찾는 방문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가난했던 그 시절에 어떻게 이토록 탄탄한 방어시설을 만들었을까”라며 놀랄 정도로 규모가 대단하다. 정부는 넉넉지 않은 국고에서 건설비를 떼어내는 결단을 내렸고, 작업에 나선 군인들은 문자 그대로 피땀을 흘렸다.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아 현재의 든든한 안보자산이 됐다.
이어도 해양종합과학기지도 비슷한 사례다. 중국은 일본과의 영토 분쟁을 빚고 있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하면서 이어도 상공을 끼워 넣었다. 한국이 방공식별구역에서 제외한 이어도를 일본에 이어 중국까지 파고든 것이다. 이어도가 여전히 물속에 잠긴 암초로만 남아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어도 기지가 없었더라면 아무리 우리 하늘이고 바다라며 목소리를 높여도 공허한 비명이 될 뻔했다.
2015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도 미래에 대비한 안보자산이다. 현재는 해군 함정이 가장 가까운 부산기지에서 출발해도 이어도까지 23시간이 걸린다. 중국 해군은 18시간이면 이어도 출동이 가능하고 일본 함정도 사세보에서 출발하면 우리보다 2시간 먼저 도착한다. 제주기지가 완공되면 8시간 만에 이어도에 출동해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제주기지 반대론자들은 중국을 자극해 오히려 안보가 위험해진다고 주장했다. 노골적으로 우리 바다와 하늘을 위협하는 중국을 보면서 그들 가운데 일부라도 반성을 함직한데 아직까지 그런 소식은 없다.
중국의 국가전략은 스케일이 크고 호흡이 길다. 1970년 첫 인공위성 발사에서 며칠 전 달 탐사선 발사로 이어진 우주공정만 보더라도 중국인들의 집요함을 알 수 있다. 중국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강대국들이 얽혀 현상유지와 현상타파를 놓고 각축하는 동아시아에서 국익을 지키려면 이어도 기지 같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안보자산을 갖고 있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제2, 제3의 이어도 기지’를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