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변한 지 오래다. 적잖은 청춘 남녀에게 사랑은 스펙을 쌓을 시간을 갉아먹거나 비용을 요구하는 부담 덩어리다. 결혼은 더 그렇다. 미혼 여성들 사이에 사랑과 결혼을 분리하려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한 포털사이트가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87%가 “달콤한 연애는 하고 싶지만, 무거운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그래선지 미혼 남녀 2113명을 대상으로 결혼정보회사가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남성의 57.7%와 여성의 36.6%가 “원나잇 스탠드(one-night stand·하룻밤의 정사)를 해봤다”고 응답했다.
전통적으로 ‘하룻밤 사랑’은 남성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냥꾼의 후예이자 결과지향적인 그들은 매력적인 여성이 사정권에 들어오면 정복을 목표로 삼아 왔다. 욕구에 동기가 있었다. 반면 여성은 ‘하룻밤 사랑’을 내켜 하지 않는다는 통념이 지배적이었다. 채집가의 후예이자 과정지향적인 여성은 남자를 받아들이기에 앞서 까다롭게 가려냈으며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애정을 쌓아나가는 것에서 만족을 찾았다.
그렇다면 남성과의 하룻밤이 여성에게도 만족을 안겨 줄까? 영국 더럼대 앤 캠벨 박사팀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그렇지만은 않았다’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성인 남녀 1743명을 대상으로 원나잇 스탠드 후의 느낌을 조사했는데, 하룻밤 파트너를 구할 때 여성이 남성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사랑을 나눈 뒤에도 남성보다 만족도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남성의 80%가 ‘흥분’이나 ‘행복’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드러낸 반면 여성 가운데 “만족했다”고 응답한 이는 54%에 그쳤다. 여성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던 것이다.
여성은 ‘후회’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다고 답변했다. 특히 ‘사용 후에 버려진 느낌’ 또는 ‘스스로를 값싸게 내던졌다’는 자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험도 비슷하다. 원나잇 스탠드를 해본 적 있는 여성 10명 중 8명이 ‘관계 후에는 만나지 않았다’고 답한 것이다. ‘원나잇 이후 사귄 적이 있다’고 대답한 여성은 7.6%에 그쳤다.
로맨틱한 사랑으로 이어졌던 영화나 드라마의 원나잇 스탠드와는 달리, 현실의 하룻밤 사랑은 대부분의 여성에게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경험으로 남았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