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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앞에 모인 黑-白 청년들, 부둥켜안고 “굿바이 마디바”

입력 | 2013-12-07 03:00:00

[넬슨 만델라 1918~2013]
지구촌 애도의 물결




“아요 마타타(안녕 아버지).” “함바칼레 마디바(잘 가요 마디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타계 소식이 전해진 5일 밤(현지 시간). 남아공의 경제중심도시 요하네스버그 북부에 위치한 만델라의 자택은 세계 각국의 취재진과 애도 인파로 가득 찼다. 남아공 국민은 그들이 가장 사랑했던 국부(國父)급 지도자가 더이상 곁에 없다는 사실에 큰 슬픔에 잠겼다. 이들은 “친아버지를 잃은 것 같다” “만델라의 부재로 남아공의 사회 갈등이 격화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걱정과 슬픔을 내비쳤다.

사람들은 자택 주위에 만델라의 생전 사진, 남아공 국기, 꽃 등을 놓고 촛불을 켜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몇몇 흑인 청년과 백인 청년이 “만델라 만세” “마디바(존경받는 어른·만델라의 애칭)여 영원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부둥켜안는 모습도 목격됐다. 피부색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시대를 만들기 위해 평생 노력해온 만델라의 유지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일부 추모객은 남아공 특유의 추도 풍습에 따라 가무를 곁들여 그의 안식을 기원하기도 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응원도구로 쓰여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부부젤라를 부는 사람도 있었다.

만델라가 27년간 복역했던 로번 섬이 보이는 남아공의 최대 도시 케이프타운, 그가 출소 후 잠시 거주했던 소웨토의 옛 집에도 추모 인파가 몰렸다.

남아공 정부는 만델라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른다고 밝혔다. 만델라 본인은 생전 간소한 장례식을 원했지만 추모 열기가 뜨거워지고 세계 각국 지도자의 조문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임에 따라 내린 결정이다. 평생을 인권운동에 헌신한 그의 이력을 감안할 때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에 필적할 정도로 많은 국가의 정상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15일까지 10일 동안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공표하고 장례 일정도 공개했다. 10일 2010년 월드컵이 열렸던 요하네스버그 경기장에서 만델라의 영결식이 열린다. 이후 시신은 행정수도이자 1994년 만델라가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서 취임 선서를 한 프리토리아로 옮겨진다. 추모객이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유리관 안에 안치된다. 장례식은 15일 고향 쿠누에서 거행된다.

CNN 등 주요 외신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그 가족은 물론이고 아버지 조지 부시와 아들 조지 W 부시 등 생존한 전직 미 대통령 대부분이 장례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정홍원 국무총리를 조문단장으로 보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영국 왕세자,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그룹 U2의 리드 싱어 보노 등 유명인사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만델라에 대한 존경을 피력해온 오바마 대통령은 만델라를 추모하는 의미로 백악관은 물론이고 해외주재 미국 공관, 미군 주둔기지 등 공공건물에 조기를 달라고 지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내년 1월 열릴 국가대항전에서 만델라를 기리는 묵념을 진행한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요하네스버그=전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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