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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배-민주화 닮은꼴’ 한국에 깊은 애정

입력 | 2013-12-07 03:00:00

[넬슨 만델라 1918~2013]
1995년 첫 방한… YS 만나 “남아공 줄테니 한국 달라” 농담
‘아시아의 만델라’ DJ와 각별… 대선때 둘째딸 보내 승리 기원




1995년 7월 한국을 방문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출국에 앞서 청와대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나 포옹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왼쪽 사진). 만델라 전 대통령은 대통령 퇴임 후인 2001년 3월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만델라를 만나 반가운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한국은 정말 아름다운 나라다. 남아공을 줄 테니 한국을 달라.”

1995년 7월 한국을 찾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이같이 말해 만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농담이긴 했지만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준 것이다.

만델라는 생전에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해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식민지배와 민주화를 거친 한국의 역사가 남아공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DJ와는 각별한 사이였다. 두 사람 모두 정치적 탄압으로 긴 옥살이를 했으며, 민주화 투쟁을 이끈 정치적 자산을 기반으로 대통령에 올랐고,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시아의 만델라’로 불리기도 한 DJ는 1995년에 만델라의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을 우리말로 번역해 소개했다. 만델라도 1997년 DJ가 대통령 후보가 됐을 때 둘째 딸을 서울에 보내 대선 승리를 기원하며 자신이 감옥에서 차던 시계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 시계는 현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 전시돼 있다.

집권에 성공한 DJ는 2001년 3월 만델라를 초청해 청와대 영빈관에서 만찬을 베풀었다. 당시 만델라는 대통령 임기를 마친 ‘일반인’이었지만 ‘국빈급’ 예우를 받았다.

만델라는 1995년 서울대에서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 “한국에 도착한 지 3시간 지났을 뿐이고, 남아공에서는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마치 고향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다”며 한국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드러냈다. 이후에도 만델라는 한국을 자주 언급하며 “한국인의 정의를 위한 투쟁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만델라의 고향인 쿠누 지역에 마을회관을 건립하면서 다시 한 번 만델라와 한국의 인연이 부각됐다. 삼성전자는 2011년 11월 이곳에 3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 지역사회센터를 세웠다. 당시 93세의 고령으로 쇠약한 상태였던 만델라는 의자에 앉아 받침대에 발을 올려놓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삼성전자 직원들을 반갑게 맞았다. 당시 삼성 직원인 한 백인 남성이 자신을 소개하면서 삼성을 “샘숭”이라고 발음하자, 만델라는 “샘숭이 아니고 삼성”이라고 바로잡아 웃음을 만들어 냈다. 18년 전 “한국을 달라”며 웃음을 선사한 그는, 다시 한 번 그렇게 한국에 웃음을 주고 떠났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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