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인씨, 아파트 보증금 이어 장애수당 선뜻지미진자 할머니, 폐지 모아 판 돈 3년째 이웃에지덕준씨, 국민연금 급여 쪼개 성금 전달
거동이 불편하거나 폐지를 주우며 어렵게 사는 노인들이 연금·기초수급비를 아껴 ‘아름다운 기부’를 하고 있어 화제다. 이들은 자신도 힘든 상황인데도 그동안 받았던 사회적 혜택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고 더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겠다는 ‘생활 속의 기부’를 실천한 것.
광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광주전남 유산 기부자 1호인 이래인 할아버지(67·지체장애 3급)가 1년간 모은 11만 원을 기부할 것이라고 8일 밝혔다. 그는 이미 2009년 전 재산인 영구임대아파트 보증금 172만 원과 시신을 기부키로 했다.
이 할아버지는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에 받는 장애수당과 기초생활수급비로 한 달에 40여 만 원을 받고 있다. 여기서 매달 1만 원씩 11개월간 모은 11만 원을 9일 광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그는 평소에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생활을 실천해 왔다. 매달 사회복지기관 2곳을 후원하고 있고 몸이 불편한데도 자원봉사까지 하고 있다. 이 할아버지는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 기부금을 마련했다. 겨울을 힘들게 보내는 소외계층 아이들을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연금을 모아 기부한 노인도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지덕준 씨(62)가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성금 100만 원을 전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그는 몸이 아파 일을 할 수 없는 처지이지만 국민연금 급여를 쪼개 어렵게 모은 성금을 전달했다. 지 씨는 “2년 전부터 기초수급 급여를 조금씩 모아 기회가 될 때마다 소액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며 “어려운 이웃의 힘든 겨울에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용교 광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부자가 목돈을 기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기부가 삶 속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며 “기초수급 노인들이 사회 공동체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작은 돈을 아껴 기부하는 것은 이 사회에 모범이 되는 문화”라고 평가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