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리콜 충격요법, 분위기 바꿔”
한화생명에서 펀드를 판매하는 곳은 다름 아닌 고객센터다. 그것도 같은 계열사인 한화투자증권과 동반 꼴찌였다. ‘펀드 불완전판매 회사’임을 대외적으로 공인받은 셈이다.
스스로의 모습을 돌이켜보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센터장인 자신과 직원 모두 ‘부실한 펀드 판매’의 당사자였다. 상품의 위험 정도에 대해 고객의 성향을 평가했지만 거기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지는 않았다. 또 상세한 투자설명서가 아닌 수익률만 강조한 홍보용 안내문을 사용했다. 상품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니 고객이 질문하면 얼버무렸다.
이랬던 한화생명과 한화투자증권이 1년 만에 환골탈태했다. 두 회사는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2013년 펀드 미스터리쇼핑 평가’에서 나란히 최고 등급인 ‘우수’를 받았다. 평가를 받은 28개 금융회사 중 우수 등급을 받은 건 두 회사뿐이다. 미스터리쇼핑 평가는 ‘불완전판매’ 수준에 대한 척도로 여겨진다. 올해는 5만 명의 피해자가 나온 동양 사태로 불완전판매가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해여서 미스터리쇼핑 평가의 의미가 특히 남달랐다.
두 회사의 도약은 펀드 완전판매를 위해 대대적인 쇄신에 나선 데 따른 결과다.
가장 먼저 실시한 건 충격 요법.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저조 등급을 받은 뒤 자발적인 펀드 리콜제를 실시했다. 금감원의 미스터리쇼핑 평가 기간이었던 9, 10월에 판매한 상품에 가입한 고객 4800명 모두에게 ‘금감원 평가에서 최저 등급을 받았으며 불완전판매가 있었을 경우 모두 환불해 주겠다’는 방침을 알렸다. 고객 7명이 원금 손실 부분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환불을 요구했다.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불완전판매라고 보기는 힘들었지만 반성하는 차원에서 7명에게 투자금 1억7880만 원을 돌려줬다.
○ 자체 평가 강화가 주효
유현영 센터장은 “판매자가 내용을 잘 모르면 설명도 대충 하기 마련이다. 고객도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경향이 있다. 지금은 고객의 눈빛을 보며 ‘20% 수익이 날 수 있는 상품은 20% 손실도 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인지시킨다”고 말했다. 그 다음 손을 본 것은 평가 체계였다. 두 회사는 판매 직원이 상품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점포별로는 월 1회, 본사 차원에서는 분기에 한 번씩 테스트를 했다. 미스터리쇼핑 예행 평가도 진행했다.
임동필 한화생명 마케팅실장은 “고객이 아닌 회사의 시각에서 상품을 판매하면 불완전판매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끊임없는 점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