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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도 소름… 피겨 여왕의 여유

입력 | 2013-12-09 03:00:00

김연아 ‘골든 스핀’ 204.49점 우승
“초반 실수했지만 흔들리지 않아… 예술적인 면은 나무랄데 없는 경지
체력 키워 소치선 차원 다른 연기를”




“심판들이 소름 끼칠 정도의 감동을 받은 것 같다.”

‘여왕’의 연기는 역시 클래스가 달랐다. 부상을 털고 올 시즌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 처음 선보이는 프로그램, 주무기였던 트리플-트리플 점프 실수에도 김연아의 연기는 전 세계 피겨 팬들의 가슴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김연아는 8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돔 스포르토바 빙상장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0.60점과 예술점수(PCS) 71.52점, 감점 1점 등으로 131.12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73.37점)를 합쳐 204.49점을 기록한 김연아는 안도 미키(일본·176.82점)를 큰 점수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날 김연아의 성적은 역대 국제대회에서 자신이 받은 점수 중 다섯 번째로 높았다.

‘아디오스 노니노’를 배경 음악으로 한 프리스케이팅 연기 초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점프를 시도하다 엉덩방아를 찧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면 훨씬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점프 실수로 기술점수는 60.60점에 머물렀지만 이후 안정적인 연기로 예술점수 71.52점을 받아 단숨에 실수를 만회했다.

‘매의 눈’으로 김연아의 연기를 지켜본 4명의 한국인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국제심판들도 한결같이 김연아만이 해낼 수 있는 예술적인 연기를 높이 평가했다. 안나영 심판(계명대 교수)은 “예술적인 면을 보면 나무랄 데가 없었다. 대회 심판들도 대개 10점 만점에 9점대 이상을 줬더라. 초반 점프 실수만 없었다면 10점 만점도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이정수 심판은 “초반 실수가 있었다는 것을 빼고는 김연아의 스케이팅이 어떤 경지에 이르렀구나 하는 느낌까지 받았다. 스케이트 날 사용, 스텝, 연결 동작 등이 예전과 비교해 훨씬 유연하고 부드러워졌다. 연기 자체에서 여유로움이 묻어났다”고 평가했다. 이지희 심판도 “초반에 실수를 하면 대개의 선수들이 크게 흔들린다. 그런데 연아는 이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첫 번째 점프에서 뛰지 못한 더블 토루프를 연기 중반 트리플 러츠에 붙여서 뛴 것도 노련미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성희 심판은 이번 대회에 직접 심판으로 참가해 점수를 매겼다.

모든 심판이 “지금 상태로도 올림픽 2연패는 무난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내년 2월 소치 올림픽까지 보완해야 할 과제도 있었다. 안 심판은 “아직 100%의 몸 상태가 아니라고 스스로도 말했지만 좀 더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 단기 지구력을 더 키우면 훨씬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수 심판도 “이미 다른 선수와는 격이 다른 연기를 보이고 있지만 김연아이기에 올림픽에서 더 수준 높은 연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사다 마오(일본)는 204.02점을 얻어 대회 2연패를 차지했다. 김연아보다는 0.47점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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