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
2013년 12월 한국에선 과부들에게만 과부의 주식이 필요한 게 아니다. 보통 크리스마스 전후에 사는 배당주는 1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1% 안팎의 수익을 낸다. 시중금리가 연 3%인 저금리 시대에 누구나 솔깃해할 만한 산타의 선물 아닌가.
투자 자체는 간단하다. 먼저 증권계좌를 만들고 12월 26일 전에 배당을 할 것 같은 주식을 사는 것이다. 왜 하필 26일일까?
이제 다음 순서는 ‘배당 할 것 같은 주식’을 고르는 일이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배당 할 것 ‘같은’이라는 말에 멈칫했을 것이다. 상장기업들은 올해 낸 이익 가운데 일부를 주주에게 배당할지 말지를 이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정한다. 이때에야 주총 결의사항이 공시되기 때문에 그 회사의 배당계획이 공개된다. 문제는 앞서 말했지만 올해 30일 이전까지 해당 회사 주식을 갖고 있어야 배당받을 자격이 생긴다는 것.
과연 이 회사가 배당을 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는 과거 이력이 가장 중요한 정보다. 한마디로 ‘예전에도 배당을 했으니 올해에도 할 것 같은 주식’을 골라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증권사 객장에 가면 이런 골라잡기를 ‘투자전략’으로 포장한 보고서들이 많다. 하지만 증권가에서 추천한 250여 개 종목 가운데 30개 안팎은 틀린다. 이러다 보니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공시일이 다가오면 ‘배당할 것’이라고 예상해 추천한 배당주가 배당을 하지 않을까봐 노심초사한다.
배당주를 고르는 비교적 안전한 방법에 대해 3가지 팁을 드리자면 다음과 같다. △최근 5년 연속 배당을 실시한 실적 전망이 좋은 대형주이면서 △예상 배당수익률(증권사 전망)이 높고 △최근 3개월 동안 주가가 하락세였던 주식이다.
우선 5년 연속 배당을 해왔고 실적이 좋은 대형주는 주당 배당 규모가 달라질 수는 있어도 배당 자체를 건너뛸 가능성은 낮다. 예상 배당수익률이 높다는 건 주가에 비해 배당금을 많이 준다는 뜻이다. 또 최근 3개월간 주가가 하락세였던 주식이라면 다시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고릴라 회사’를 알아보기란 쉽지 않다. 자신이 일하는 분야이거나 전문가 수준의 관심을 갖고 꾸준히 들여다보아도 어렵다. 무어가 추천하는 팁은 ‘고릴라의 3가지 특징을 눈여겨보라’이다. 우선 △과거에 없던 혁신적 기술을 갖고 있는가이다. 원래부터 있는 기술을 조금 개선한 정도로는 부족하다. 특허기술이 해당 분야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만한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 또 △다른 회사가 넘보지 못할 정도로 높은 진입장벽이 있어야 한다. 우수한 기술이 있어도 누구나 그 기술을 흉내 내 유사품을 만들 수 있다면 고릴라 회사가 아니다. 끝으로 △해당 업계에서 표준으로 통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경쟁사들이 그 기술 없이는 도저히 기업 활동을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그 기술을 사야 하는 정도라야 한다는 뜻이다.
눈에 불을 켜고 이런 고릴라 유전자가 충만한 회사 주식을 찾아 샀는데, 나중에 그 고릴라가 커서 주주들을 위한 배당까지 한다면? 당신은 연말을 앞두고 진정한 과부의 주식을 찾은 것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