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기혼 여성 A 씨는 얼마 전 자궁 수술을 받았다. 생애 첫 수술이라 했다. 수술 뒤 흉터가 남을 수도 있어 필자는 “흉터를 감수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A 씨는 수술만 잘된다면 흉터는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필자는 난소의 자궁내막종을 비롯해 복강 내 자궁내막증 병변을 없애기 위해 ‘싱글포트 복강경’ 수술을 했다. A 씨는 이틀 뒤 퇴원했다. 흉터가 작고 회복 속도도 빠르자 A 씨는 “이런 수술이라면 앞으로 몇 번이라도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놀라워했다.
미혼이든 기혼이든 몸에 흉터를 남기고 싶은 여성은 없다. A 씨 역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생애 첫 수술이어서 흉터를 마땅히 감수해야 하는 ‘작은 희생’ 정도로 막연하게 생각했던 듯하다. 흉터에 무관심한 게 아니라 좋은 결과를 위해 ‘포기’했을 거란 얘기다.
수술을 앞둔 여성 환자 대부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수술의 완벽성과 안정성이다. 그 다음이 수술 직후 찾아오는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 하지만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나면 수술 흉터가 자꾸 신경이 쓰인다. 기존의 복강경 수술법은 배꼽을 포함한 복부 3, 4군데를 절개해 시행한다. 반면 싱글포트 수술은 함몰된 배꼽 부위 한 곳만 절개한다.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는 이유다. 배꼽에는 근육층이 거의 없어 복강 안으로 접근하기가 쉽다. 수술 뒤 통증도 적다. 이런 싱글포트 수술은 부인과 수술에 특히 적합하다. A 씨 같은 자궁내막증 수술뿐만 아니라 자궁적출술 난소물혹수술 자궁근종절제술은 물론이고 자궁내막암 같은 암 수술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싱글포트 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설문 연구결과에 따르면 97%가 수술 뒤 흉터 측면에서 “이 수술법을 주변에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흉터의 길이를 묻는 질문에는 67%가 “수술 흉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단 이 수술법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셈이다.
그 덕분일까. 최근에는 ‘로봇 싱글포트’ 기기까지 등장했다. 수술 시야는 더욱 확대됐다. 로봇을 이용하므로 수술기구가 서로 부딪치는 일도 없다. 정교한 조작이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싱글포트 수술을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궁 및 난소 질환으로 수술을 받게 된다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부인과 전문의와 적극 상담할 것을 권한다. 수술 흉터를 피할 가능성을 확인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지 않겠는가.
김태중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