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반대에도 ‘KADIZ 확대’ 관철… 주변 4强과 조율 안되면 고립 우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8일 국방부 기자실에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확대안에는 이어도와 마라도, 홍도(거제도 남쪽 무인도) 등이 새로 포함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정부 고위관계자는 8일 “미국과 중국이 모두 KADIZ 확대에 반대했다. 반대를 무릅쓰고 우리는 강행했고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통해 자제된 반응을 이끌어내며 선방했다”면서 “그러나 우리의 외교력은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이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한 이후 국내 여론이 상당히 악화되자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처럼 비치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6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의 회담에서 KADIZ 관련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정식 발표하기 전에 바이든 부통령에게 모든 걸 설명하고 마치 사전 허가를 받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당당한 대등 외교는 주변 4강국과의 굳건한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고립될 우려도 늘 공존한다. 이번 KADIZ 확대의 경우에도 미국과 중국의 반대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ADIZ 설정 발표 이후 한국 정부 측에 “방공식별구역은 일본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닌 만큼 한국과는 잘 지내고 싶다”는 의사를 계속 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가 즉각 KADIZ 확대로 맞대응하자 중국 측은 섭섭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ADIZ를 새로 설정한 데 대해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해온 미국도 한국 정부가 KADIZ를 확대할 경우 중국을 비판할 근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를 표시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으로서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한목소리로 중국을 압박할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등은 주변국들과의 갈등이 첨예해져 위기국면으로 갈 수 있다는 데 대해 우려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미국과 중국이 KADIZ 확대 발표 이후 긍정적으로 반응하자 일단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반응을 보니 ‘우려했던 것에 비해 선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서 주권과 자존심을 지키는 동시에 신뢰를 바탕으로 그들과 동북아 평화를 쌓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