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4개월간 홈 경기 15번뿐 ‘무늬만 프로’

입력 | 2013-12-10 07:00:00

10년째를 맞고 있는 V리그가 성장하기 위해선 경기수를 확대해 배구팬들에게 좀더 많은 노출을 해야 한다. 11월13일 열린 여자부 흥국생명과 도로공사의 경기에서 관중석 곳곳에 빈 자리가 눈에 띈다. 스포츠동아DB


남자부 5R·여자부 6R…팀당 30경기씩
연고지 정착·배구팬 형성에 부족한 일정
경기수 확대 논의엔 대부분 구단 유보적

V리그 성장 위해 최소 홈 30경기 치러야
2연전·아시안쿼터 등 제도도 뒷받침 돼야

전력의 차가 차츰 드러난 한 주였다. 남자부 삼성화재가 성큼 앞서간 가운데 우리카드와 한국전력 러시앤캐시가 상승세다. 한국전력은 V리그 참가 이후 처음 3-0 승리를 했고, 현대캐피탈 상대 11연패도 끊었다. 러시앤캐시는 8전9기 끝에 창단 첫 승을 따냈다. 젊은 선수들의 기세가 살아났다. 앞으로 이들을 만나는 팀은 경계해야 할 것 같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은 주춤거린다. 문제가 무엇인지는 다 안다. 해결방법을 어떻게 찾을지 궁금하다.

여자부는 기업은행의 독주체제다. GS가 세터 공백을 메우고 제 모습을 갖춰간다. 1라운드 1위 인삼공사는 4연패다. 현대건설에 대역전패를 당한 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비가 예전 같지 않다. 배구는 득점의 경기가 아니다. 얼마나 실점을 막느냐다. 위기 탈출의 지름길은 없다. 기본을 돌아보고 서로를 믿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 V리그 경기일정 이대로 좋은가

최근 프로배구 실무위원회가 열렸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사무국장들을 대상으로 경기수를 늘리는 방안을 설명했다. 남자부 현대캐피탈만이 경기수 확대에 찬성했다. 대부분 구단은 의견이 없었다. 어느 여자부 구단은 일정을 줄이자고 했다. V리그는 팀당 30경기를 한다. 남자 5라운드, 여자 6라운드다. 홈경기는 15경기다. 4개월여의 리그기간 동안 고작 15일만 영업을 한다. 말이 프로배구지 실업배구나 다름없다.

V리그 한 경기당 선수에게 들어가는 몸값이 남자는 1억원, 여자는 6000만원이 넘는다. 샐러리캡 상한(남자 20억원, 여자 11억원)을 경기수로 나누면 남자는 경기당 6666만원 여자는 3666만원이지만 상한선(28만달러) 규정을 지키지 않는 외국인선수 몸값과 부대비용 등이 빠진 금액이다. 여기에 승리수당 등을 포함하면 만만치 않은 액수가 나온다.

V리그는 10년째다. 그동안은 생존해 자리를 잡는 기간이었다. 앞으로 10년은 성장해야 한다. 현재 방송사 시청률에서 좋은 수치가 나오지만 그것은 허상이다. 팬은 변덕이 심하다. 동시에 여러 경기를 했을 때 각 경기가 지금과 같은 시청률이 나와야 안정적이다. 프로야구는 동시에 4곳에서 열리는 경기의 각각 시청률이 1%%를 훌쩍 넘는다.

리그의 성장을 위해서는 일정을 늘려야 한다. 보다 많이 팬에게 경기를 보여주고 매스미디어에 V리그를 노출해야한다. 내년에는 인천 아시안게임이 벌어져 프로야구의 일정이 조정된다. V리그도 아시안게임에 올인 해 금메달을 따야 하는데 현재 일정으로는 무리다. 새로운 일정을 지금부터 연구하고 주위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장 감독들의 생각이 중요한다. 우리 팀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배구발전을 위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내놓아야 한다. 워크샵도 공청회도 좋다. 의견을 모아라.


● 2연전과 아시안쿼터

경기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연전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지금처럼 띄엄띄엄 경기를 할 경우 지역 팬들에게 V리그를 접촉시킬 기회가 적다. 야구가 다른 스포츠보다 유리한 것은 연전을 하기 때문이다. 배구도 체력부담이 있지만 2연전은 가능하다. 월드리그도 이 방식을 쓴다. 두 팀이 한 곳에서 2연전을 벌일 경우 팬들이 V리그와 접촉할 기회가 는다. 선수들의 이동거리도 짧아진다. 지금 배구의 근본적인 문제는 연고지에 뿌리 깊게 파고들지 못한 것이다.

4개월 동안 고작 15경기를 해서는 연고지 팬을 만족시킬 수 없다. 최소 30경기는 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 라운드를 늘려야 하고 연전도 해야 한다.

물론 규정도 손질해야 한다. 팀당 선수보유 한도를 20∼24명으로 늘려야 8라운드 혹은 10라운드가 가능하다. 당일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를 12명 혹은 14명으로 제한하면 자연히 1,2군 제도가 된다. 그래야 배구선수들에게는 기회가 많아지고 저변이 넓어진다.

지금 배구를 하는 꿈나무들이 너무 모자란다. 몇 년 뒤에는 선수가 없어 위기가 온다.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서라도 육성선수 제도와 연고선수 우선지명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짧은 기간에 선수 인원을 늘릴 수 없다면 아시안쿼터를 사용하면 된다. 체격이 비슷한 일본, 중국 선수들을 팀당 1∼2명씩 도입한다면 전력도 유지하고 해외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여자배구 태국은 아시아 최강이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태국 선수들을 각 팀에 한 명씩만 투입해도 경기의 수준을 훨씬 높일 수 있다. 전력도 평준화된다. V리그를 태국에 수출할 수도 있다. 아시아시장은 크다. 시야를 넓혀 해외를 상대로 돈을 벌고 배구 한류를 전파하는 V리그가 되어야 한다.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