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한이는 13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한 꾸준함에 비해 의외로 저평가를 받아온 선수다. 그러나 올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데 이어 4년 28억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에도 성공하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스포츠동아DB
■ ‘꾸준함의 대명사’ 삼성 박한이
감독님과 13년간 함께 야구…날 믿어주시는 분
FA 대박보다 삼성 유니폼 다시 입는걸로 만족
한국시리즈 MVP 부상 자동차 장인어른께 선물
양준혁선배 기록 넘어 17년연속 100안타 목표
삼성 박한이(34)는 올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다. 팀이 승리한 4경기에서 그의 활약은 한마디로 눈부셨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그는 삼성과 4년 28억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했다. 삼성을 떠나기 싫었고, 류중일 감독과 함께 하고 싶었다. 그는 프로야구에서 ‘꾸준함의 대명사’로 통한다. 2001년 데뷔 이후 13년 동안 매년 세 자릿수 안타를 때렸다. 13년 연속 100안타는 실력과 몸 관리가 동반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대기록이다. 그의 꿈은 1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친 양준혁을 넘어서는 것이다. 박한이는 지난 13년간 삼성의 우익수 자리를 지켰다. 적어도 40세까지는 소나무처럼 계속 그 자리에 서있고 싶어 한다.
-오랜만이다. 올해 최고의 한해를 보낸 것 같다.
“정말 감사하죠. 제게는 잊지 못할 시즌인 것 같습니다. 3연패도 하고, MVP도 되고, FA 계약도 하고.”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
“시즌 끝나고 하루 정도밖에 못 쉰 것 같아요. 방송 인터뷰, 사인회, 행사가 얼마나 많은지.”
“네. 저는 처음부터 삼성을 떠날 생각이 없었어요. 삼성에서 은퇴하는 게 제 꿈이니까요. 아시아시리즈 하러 갔는데 감독님이 저보고 ‘한이야, 선수도 없는데 계약 좀 빨리 하면 안 되겠나?’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음날 바로 계약했어요.”
-류중일 감독은 뭐라고 하던가?
“‘잘 했다’고 하시죠.”
-류중일 감독이 롤모델이라면서?
-류중일 감독을 ‘배신하기 싫었다’고 했다.
“감독님과 제가 함께 야구한 게 13년입니다. 누구보다 저를 믿어주시는 분이죠. 감독님과 함께 하는 게 의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FA 시장은 많은 돈이 오갔다. 계약에 만족하는가?
“만족이나 아쉬움,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고요. 저는 삼성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된 걸로 충분합니다.”
● 자동차는 장인어른께
-시간이 좀 흘렀지만 한국시리즈는 드라마였다.
“지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한국시리즈만 9번을 했는데, 그 느낌과 흐름이 있거든요. 4차전을 내주고는 어렵다고 생각했죠. 근데 오히려 벼랑 끝에 서니까 마음은 편안해지더라고요.”
-1차전에서 부상을 입었다.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어요. 노경은(두산) 공이 좋아서 못 치겠더라고요. 두 번째 타석에선 ‘번트라도 대자’ 생각하고 나갔는데, 슬라이딩을 하다 손가락을 다쳤죠.”
-큰 부상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2차전도 지니까 안 되겠더라고요. 주사도 맞고, 침도 맞고 했죠. 사실 제가 주사나 침 맞는 걸 진짜 싫어하거든요. 근데 제가 먼저 ‘침이라도 맞을게요’ 했어요.”
-할 만하던가?
“좋든, 나쁘든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5차전에서 결승타를 치고부터 타격감이 쭉 올라오더라고요.”
-한국시리즈 MVP가 되면서 부상으로 자동차를 받았다. 누가 탈 생각인가?
“장인어른 드리려고요. 시리즈 들어가기 전에 저보고 ‘박 서방, 이번에 대박칠 거야. MVP 될지도 몰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MVP가 되면 자동차는 장인어른 드리겠습니다’ 했죠.”
● 4년 동안 집중해 ‘17년 연속 100안타’ 치겠다
-13년 연속 100안타를 쳤다. 박한이 하면 이제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꾸준함’이 됐고.
“13년 동안 참 운이 많이 따라준 것 같아요. 운이 없었으면 절대 할 수 없는 기록이죠.”
-운이라고 한다면?
“부상이 없는 거죠. 작은 부상은 몇 번 있었지만, 큰 부상은 없었거든요.”
-운도 실력이고, 부상관리도 실력이다.
“운은 운이죠. 부상을 당하고 싶은 선수가 누가 있겠습니까? 부상방지, 예방 이런 생각하고 경기하는 선수도 없고요.”
-큰 부상을 당할 뻔한 적은 없었나?
“몇 번 뼈가 부러질 뻔했죠. 예전에 염종석 선배님 공에 팔꿈치 맞은 적이 있는데, 진짜 부러진 줄 알았어요. 넘어지면서 ‘아이고, 이거 사고 났다’고 생각했는데 멀쩡하더라고요. 한국시리즈 때 손가락을 다친 것도 운이 없었으면 부러지는 거였고, 올해 LG전에서 도루하다 팔꿈치에 공을 맞았을 때도 아찔했죠. 제가 뼈가 튼튼한가 봐요. 잘 안 부러지더라고요.”
-양준혁이 기록한 16년 연속 100안타가 최고다. 넘어설 수 있겠나?
“넘어서야죠. 야구선수 박한이도 기록 하나 남기고 싶습니다. 4년 계약했으니까 4년 동안 열심히 해서 꼭 17년 연속 100안타 쳐야죠. 그러다보면 2000경기 출전과 2000안타도 따라 오겠죠.”
-신인 때부터 주전으로 뛰었다.
“김응룡 감독님께서 잘 봐주셨어요. 2001년에 마르티네스, 양준혁, 강동우, 최익성, 신동주 선배가 있었는데 제게 기회를 주셨죠.”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LG 이병규 선배요. 마흔 살에 타격왕이 됐잖아요. 많은 후배들에게 꿈을 심어줬죠. 저도 이병규 선배 하는 만큼 열심히 뛰어볼 생각입니다.”
● 한국시리즈 9회,우승 6회, 또 그 무대에 서고 싶다
-한국시리즈 3연패를 했고 통산 6번 우승했다.
“행복하죠. 좋은 팀에서 좋은 선수들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한국시리즈 9번 진출, 6번 우승으로 참 행복하게 야구한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목표는 한국시리즈인가?
“내년뿐만 아니라 은퇴할 때까지의 목표죠. 한 번 더 나가면 10번째인데, 내년에도 꼭 올라가고 싶습니다.”
-내년에는 오승환(한신)이 없다.
“물론 빈자리가 크겠죠. 하지만 우리는 강하니까, 또 삼성이니까, 할 수 있을 겁니다.”
-박한이는 승부욕이 강한 선수인가?
“네. 저 승부욕 있습니다. 항상 이기려고 하죠.”
-경기를 치르는 박한이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긍정적인 생각이죠. 항상 ‘잘 할 수 있다’, ‘칠 수 있다’, ‘오늘 못하면 내일 잘 하면 되고 내일도 못하면 모레 잘 하면 되고’, 이런 식으로 자신을 계속 응원하고 독려해야 합니다.”
-타격은 무엇인가?
“제 인생이고 제 삶이죠. 세상에 타격만큼 힘든 것도 없을 거예요. 30% 성공이 대우를 받는 일이잖아요.”
-개인적인 내년 시즌 목표는?
“우선 14년 연속 100안타 치는 거죠. 또 삼성과 4년 계약을 다시 했으니까, 새로운 마음으로 뛸 생각입니다. 내년부터 4년은 박한이의 새로운 도전입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