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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봉의 더 인터뷰] 박한이 “류중일 감독이 롤모델…삼성맨의 길 걷고 싶다”

입력 | 2013-12-10 07:00:00

삼성 박한이는 13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한 꾸준함에 비해 의외로 저평가를 받아온 선수다. 그러나 올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데 이어 4년 28억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에도 성공하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스포츠동아DB


■ ‘꾸준함의 대명사’ 삼성 박한이

감독님과 13년간 함께 야구…날 믿어주시는 분
FA 대박보다 삼성 유니
폼 다시 입는걸로 만족
한국시리즈 MVP 부상 자동차 장인어른께 선물
양준혁선배 기록 넘어 17년연속 100안타 목표


삼성 박한이(34)는 올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다. 팀이 승리한 4경기에서 그의 활약은 한마디로 눈부셨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그는 삼성과 4년 28억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했다. 삼성을 떠나기 싫었고, 류중일 감독과 함께 하고 싶었다. 그는 프로야구에서 ‘꾸준함의 대명사’로 통한다. 2001년 데뷔 이후 13년 동안 매년 세 자릿수 안타를 때렸다. 13년 연속 100안타는 실력과 몸 관리가 동반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대기록이다. 그의 꿈은 1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친 양준혁을 넘어서는 것이다. 박한이는 지난 13년간 삼성의 우익수 자리를 지켰다. 적어도 40세까지는 소나무처럼 계속 그 자리에 서있고 싶어 한다.

● 감독님이 빨리 계약하라고 했다

-오랜만이다. 올해 최고의 한해를 보낸 것 같다.

“정말 감사하죠. 제게는 잊지 못할 시즌인 것 같습니다. 3연패도 하고, MVP도 되고, FA 계약도 하고.”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

“시즌 끝나고 하루 정도밖에 못 쉰 것 같아요. 방송 인터뷰, 사인회, 행사가 얼마나 많은지.”

-FA 계약은 대만에서 했다.

“네. 저는 처음부터 삼성을 떠날 생각이 없었어요. 삼성에서 은퇴하는 게 제 꿈이니까요. 아시아시리즈 하러 갔는데 감독님이 저보고 ‘한이야, 선수도 없는데 계약 좀 빨리 하면 안 되겠나?’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음날 바로 계약했어요.”

-류중일 감독은 뭐라고 하던가?

“‘잘 했다’고 하시죠.”

-류중일 감독이 롤모델이라면서?

“저도 감독님처럼 한 팀에서 오래 머물고 싶어요. 감독님이 선수, 코치, 감독으로 삼성에서만 27년을 계신 걸로 압니다. 진짜 ‘삼성맨’이죠. 저도 삼성에서 오래 선수로 뛰고, 삼성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어요.”

-류중일 감독을 ‘배신하기 싫었다’고 했다.

“감독님과 제가 함께 야구한 게 13년입니다. 누구보다 저를 믿어주시는 분이죠. 감독님과 함께 하는 게 의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FA 시장은 많은 돈이 오갔다. 계약에 만족하는가?

“만족이나 아쉬움,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고요. 저는 삼성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된 걸로 충분합니다.”

● 자동차는 장인어른께

-시간이 좀 흘렀지만 한국시리즈는 드라마였다.

“지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한국시리즈만 9번을 했는데, 그 느낌과 흐름이 있거든요. 4차전을 내주고는 어렵다고 생각했죠. 근데 오히려 벼랑 끝에 서니까 마음은 편안해지더라고요.”

-1차전에서 부상을 입었다.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어요. 노경은(두산) 공이 좋아서 못 치겠더라고요. 두 번째 타석에선 ‘번트라도 대자’ 생각하고 나갔는데, 슬라이딩을 하다 손가락을 다쳤죠.”

-큰 부상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2차전도 지니까 안 되겠더라고요. 주사도 맞고, 침도 맞고 했죠. 사실 제가 주사나 침 맞는 걸 진짜 싫어하거든요. 근데 제가 먼저 ‘침이라도 맞을게요’ 했어요.”

-할 만하던가?

“좋든, 나쁘든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5차전에서 결승타를 치고부터 타격감이 쭉 올라오더라고요.”

-한국시리즈 MVP가 되면서 부상으로 자동차를 받았다. 누가 탈 생각인가?

“장인어른 드리려고요. 시리즈 들어가기 전에 저보고 ‘박 서방, 이번에 대박칠 거야. MVP 될지도 몰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MVP가 되면 자동차는 장인어른 드리겠습니다’ 했죠.”

● 4년 동안 집중해 ‘17년 연속 100안타’ 치겠다

-13년 연속 100안타를 쳤다. 박한이 하면 이제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꾸준함’이 됐고.

“13년 동안 참 운이 많이 따라준 것 같아요. 운이 없었으면 절대 할 수 없는 기록이죠.”

-운이라고 한다면?

“부상이 없는 거죠. 작은 부상은 몇 번 있었지만, 큰 부상은 없었거든요.”

-운도 실력이고, 부상관리도 실력이다.

“운은 운이죠. 부상을 당하고 싶은 선수가 누가 있겠습니까? 부상방지, 예방 이런 생각하고 경기하는 선수도 없고요.”

-큰 부상을 당할 뻔한 적은 없었나?

“몇 번 뼈가 부러질 뻔했죠. 예전에 염종석 선배님 공에 팔꿈치 맞은 적이 있는데, 진짜 부러진 줄 알았어요. 넘어지면서 ‘아이고, 이거 사고 났다’고 생각했는데 멀쩡하더라고요. 한국시리즈 때 손가락을 다친 것도 운이 없었으면 부러지는 거였고, 올해 LG전에서 도루하다 팔꿈치에 공을 맞았을 때도 아찔했죠. 제가 뼈가 튼튼한가 봐요. 잘 안 부러지더라고요.”

-양준혁이 기록한 16년 연속 100안타가 최고다. 넘어설 수 있겠나?

“넘어서야죠. 야구선수 박한이도 기록 하나 남기고 싶습니다. 4년 계약했으니까 4년 동안 열심히 해서 꼭 17년 연속 100안타 쳐야죠. 그러다보면 2000경기 출전과 2000안타도 따라 오겠죠.”

-신인 때부터 주전으로 뛰었다.

“김응룡 감독님께서 잘 봐주셨어요. 2001년에 마르티네스, 양준혁, 강동우, 최익성, 신동주 선배가 있었는데 제게 기회를 주셨죠.”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LG 이병규 선배요. 마흔 살에 타격왕이 됐잖아요. 많은 후배들에게 꿈을 심어줬죠. 저도 이병규 선배 하는 만큼 열심히 뛰어볼 생각입니다.”

● 한국시리즈 9회,우승 6회, 또 그 무대에 서고 싶다

-한국시리즈 3연패를 했고 통산 6번 우승했다.


“행복하죠. 좋은 팀에서 좋은 선수들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한국시리즈 9번 진출, 6번 우승으로 참 행복하게 야구한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목표는 한국시리즈인가?

“내년뿐만 아니라 은퇴할 때까지의 목표죠. 한 번 더 나가면 10번째인데, 내년에도 꼭 올라가고 싶습니다.”

-내년에는 오승환(한신)이 없다.

“물론 빈자리가 크겠죠. 하지만 우리는 강하니까, 또 삼성이니까, 할 수 있을 겁니다.”

-박한이는 승부욕이 강한 선수인가?

“네. 저 승부욕 있습니다. 항상 이기려고 하죠.”

-경기를 치르는 박한이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긍정적인 생각이죠. 항상 ‘잘 할 수 있다’, ‘칠 수 있다’, ‘오늘 못하면 내일 잘 하면 되고 내일도 못하면 모레 잘 하면 되고’, 이런 식으로 자신을 계속 응원하고 독려해야 합니다.”

-타격은 무엇인가?

“제 인생이고 제 삶이죠. 세상에 타격만큼 힘든 것도 없을 거예요. 30% 성공이 대우를 받는 일이잖아요.”

-개인적인 내년 시즌 목표는?

“우선 14년 연속 100안타 치는 거죠. 또 삼성과 4년 계약을 다시 했으니까, 새로운 마음으로 뛸 생각입니다. 내년부터 4년은 박한이의 새로운 도전입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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