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제 장성택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김정은이 주재하는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그를 체포하는 사진까지 공개했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도 없던 ‘공개 숙청’이다. 눈앞에서 장성택의 몰락을 지켜본 북한 권력층은 충격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정치국 확대회의는 장성택의 범죄를 열거하며 여러 차례 ‘장성택 일당’이라고 언급했다. 앞으로 피비린내 나는 숙청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고다.
장성택을 공개적으로 제거한 것은 누구라도 유일 영도체제에 도전하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본때 보이기라고 할 수 있다. 북한 노동당 정치국 발표문에는 “당의 유일적 영도(김정은)를 거세하려 들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범죄만 갖고도 장성택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고 지도자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이 숙청의 근본적인 이유이고 마약이나 문란한 여자관계, 외화 횡령 같은 범죄들은 구색 맞추기일 것이다.
김정일 사망 2주기인 17일은 김정은의 집권 3년차가 시작되는 날이다. 김정은은 지난 2년간 당에서 부부장급(차관급) 이상 40여 명, 내각에서 30여 명, 군에서 군단장급 이상 20여 명을 교체해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장성택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3대 세습을 거치며 권력을 누린 북한의 최고위층이다. 2인자이자 고모부인 장성택을 제거한 것은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홀로 서겠다는 의지의 결정판이다. 장성택의 공개 숙청을 보면서 어느 누가 김정은에게 맞서 다른 소리를 내겠는가. 단기적으로는 김정은 체제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1인 독재체제를 더욱 굳힌 북한 체제가 얼마나 더 버틸지는 미지수다.
국정원은 북한 권력층의 동향을 면밀하게 추적해야 할 것이다. 내부 권력을 다진 김정은의 대남 대외정책이 어떻게 춤출지 알 수 없다. 제2의 황장엽 망명 같은 사건이 터진다면 남북 관계가 더욱 불안해질 수도 있다.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엇갈린 분석을 접고 그가 실질적인 지도자라는 전제하에 대북 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 정부는 정보력과 외교력을 총동원해 북한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