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전국철도노조가 서울 수서발 고속철도(KTX) 운영회사 설립 이사회를 열지 말고, 임금을 8.1%(자연승급분 포함) 인상하라며 어제 파업에 들어갔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1월 이후 4년 만이다. 서울지하철노조도 18일부터 파업할 예정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측은 파업 첫날인 어제 노조 집행부 194명을 경찰에 고발하고 이들을 포함해 파업에 참가한 직원 4356명을 전원 직위해제했다. 코레일 측이 이처럼 강수를 둔 것은 이번 파업이 합법적 쟁의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파업이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첫 공기업 노조 파업이라는 점에서 다른 공기업으로 파업 분위기가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한 의도도 있을 것이다.
이번 파업은 서울 수서발 고속철도 운영회사의 성격을 둘러싸고 빚어졌다. 노조는 “코레일이 수서발 KTX 운영사를 독립 계열사로 출범시키려는 것은 철도 민영화의 사전 단계”라고 주장한다. 노조는 철도 민영화를 극력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철도 민영화 계획이 없다고 밝혔는데도 노조가 억지 주장을 펴며 불법 파업을 벌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사회 개최는 회사의 경영권에, 공기업 구조개혁 같은 정책은 정부의 행정권한에 속하는 것으로 파업 대상도 아니라고 밝혔다. 부채가 14조 원을 넘는 코레일에서 8%나 임금을 올려 달라는 요구도 무리하다.
일부 노조의 잘못된 행태는 한국의 공기업 체질을 약화시킨 원인 중 하나다. 정부는 공기업 전체 개혁의 시금석 차원에서 이번 파업에 대처해야 한다. 걸핏하면 ‘국민의 발’을 볼모로 삼는 철도노조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려면 국민도 파업에 따른 불편을 참고 견뎌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