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초월 전문가를 모셔라’ 세계는 인재 유치 전쟁중인데 외국인에 여전히 배타적인 한국… 글로벌인재 경쟁력 28위 그쳐 국내 외국인 커뮤니티 조성, 친한파 국제 네트워크 구축 등 이젠 정부가 정책지원 나서야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
21세기는 글로벌 인재 전쟁 시대이고 기업뿐 아니라 국가 간 인재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화에 따라 인적 자원의 이동이 증가하고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외국 인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 전쟁에서 예외일 수가 없다. 그동안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비숙련 노동자 수입에 노력을 기울였다면 이제는 고숙련 전문 기술자, 즉 글로벌 인재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고서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없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한국은 미국이나 호주 등 이민을 잘 받아들이는 국가들에 비해 외국인 기술 전문 인력의 선호도 면에서 뒤처진다. 글로벌 인재 경쟁력 지수에 있어서도 개방성, 소수자와 이민자들에 대한 태도 등을 포함하는 ‘인적자원 유인’ 분야에서 한국은 66위로 크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의 고급 전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과 정책이 필요하다는 증거이다. 가령 인도계 엔지니어의 경우 그들의 종교와 음식 문화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형성 지원 등이 시급하다.
글로벌 인재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기존의 ‘인적자원(human capital)’ 접근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적극적인 인재 유치 정책을 펼쳐도 글로벌 인재를 한국으로 유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글로벌 인재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특히 국제적 가교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인재의 가치는 그들의 기술이나 경험 못지않게 국제적 네트워크에 있다. 이들이 국내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한국에 공헌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도계 엔지니어의 경우 대부분 한국에서 3∼5년 경력을 쌓은 후 실리콘밸리 등 더 나은 환경을 찾아 가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사회와 긴밀한 유대감을 맺은 후 떠나게 된다면 설령 다른 나라 다른 기업에서 일하더라도 기술협력이나 정보공유 등 한국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몽골, 말레이시아, 태국 등 저개발 아시아 국가에서 온 학생들 중에는 한국적 성공 모델을 배우러 온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이 졸업 후 한국에서 일한다면 인적자본으로서의 가치가 있지만 설령 본국으로 되돌아 가더라도 그들의 나라와 한국을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면 한국으로서도 큰 자산이다.
글로벌 인재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글로벌 인재가 갖고 있는 인적, 사회적 자본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은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은 인재이며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글로벌한 인재풀을 확충하기 위한 전략적 마인드와 노력이 필요하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