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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회장 “술 끊었습니다… 하느님이 얼른 데려갈까봐”

입력 | 2013-12-10 03:00:00

박용만 상의 회장 절주선언 사연…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보에 기고




소문난 애주가였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58·두산그룹 회장·사진)이 최근 술을 거의 안 마시게 된 이유를 직접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박 회장은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8일 펴낸 ‘서울주보’에 ‘하느님의 메시지’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절주(節酒)를 결심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그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은 기고에서 “대학을 졸업할 때만 해도 술을 거의 못했지만 회사 생활을 시작한 후 좋아서 찾아 마시는 정도까지 됐다. 갖은 핑계를 대며 술 마시는 기회를 만들곤 했다”고 했다.

이랬던 그가 술을 끊다시피 한 계기는 몇 년 전 부산의 한 술집에서 들은 대화에서 비롯됐다. 일본에서 온 지인과 월드컵 경기를 보던 박 회장은 화장실에 들렀다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엿들었다. 한 명이 사투리로 “글마 첨부터 끝까지 폭탄주로만 마시삐네. 술 억수로 잘 마시삐네”라고 하자 다른 한 명이 “뭐 글카다 고마 하느님이 얼른 데려가시겠지”라고 받아쳤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이들에게 “제가 박용만입니다. 고마운 말씀 잘 들었습니다. 술 좀 줄여야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나 “하느님이 얼른 데려가시겠지”라는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 그때부터 억지로 술을 줄였고, 이제는 거의 안 마시는 정도가 됐다.

박 회장은 “회사에서도 ‘음주 민주주의’를 회식의 기본 철학으로 정립해 싫은 술을 억지로 권하지 않는다”며 “하느님이 구수한 남도 사투리를 하는 두 분의 입을 빌려 메시지를 준 것 같다”고 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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