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 강하지만 90분 지속 안돼”
홍명보 감독(오른쪽)과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 동아일보DB
한국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 추첨에서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와 함께 H조에 속하면서 ‘괜찮은 조 편성’이란 국내 분위기와 달리 외국의 분석은 한국에 호의적이지 않다. 특히 러시아의 간판 공격수 알렉산드르 코코린(디나모 모스크바)은 8일 스포르-익스프레스 등 러시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해 ‘체력’ 문제를 지적했다. 11월 한국과의 친선경기에서 2-1로 역전승하면서 느낀 점을 얘기한 것이다. 벨기에의 일간지 ‘라 리브르’도 한국에 대해 “강한 힘을 가졌지만 그 힘이 90분간 지속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한국이 7개월 뒤 브라질에서 16강 진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첫 번째 과제가 강철 체력으로 무장하는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쓴 4강 신화를 보좌한 이용수 KBS 해설위원(세종대 교수)은 “객관적인 전력 열세와 현지 날씨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강력한 체력이 기본이 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객관적으로 한국이 H조에서 3, 4위 전력인 데다 조별예선 경기가 열리는 3곳의 기온이 최대 섭씨 25도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 관리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 위원은 “홍명보 감독이 이번 현지답사에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를 동반한 이유도 그만큼 체력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월드컵 본선 직전 유럽파의 체력 관리도 관건이다. 시즌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K리그 선수들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5월 시즌이 끝나는 기성용(선덜랜드)과 이청용(볼턴) 등 유럽파들은 체력이 고갈된 상태다. 이 위원은 “월드컵 직전인 5월 시작되는 전지훈련에서 유럽파들의 체력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선 ‘체력전’에 관해선 즐거운 추억이 있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강팀들을 상대로 이기기 위해선 체력을 앞세운 압박 플레이가 필요하다”며 ‘파워프로그램’을 실시해 이탈리아 등 세계적인 팀을 차례로 무너뜨렸다. 당시에는 ‘저승사자’라 불렸던 라이몬트 페르헤이연 피지컬 트레이너가 선수들의 체력을 업그레이드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