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민미술관서 2014년 3월2일까지… 국내외 작가 37개팀 50여점 전시
자연과 인공, 무속과 믿음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근대성의 허구를 비판하는 ‘애니미즘’ 전시장. 일민미술관 제공
이 단체가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시스템에 반기를 들었다면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의 ‘애니미즘 Animism’전은 좀 더 포괄적으로 사람만이 영혼과 생명을 갖고 있다는 확신에 질문을 제기한다. 애니미즘은 자연계의 모든 사물에 영혼과 주체적 성격을 부여하는 믿음을 말한다. 독일 큐레이터 안젤름 프랑케 씨(베를린 세계문화의 집 수석큐레이터)는 합리와 이성을 중시하는 근대기를 통과하면서 원시사회의 미개한 신앙처럼 배척된 세계관을 미술관에 불러내 예술과 지식 담론을 잘 버무린 전시를 꾸몄다.
전시는 2010년 벨기에에서 출발해 베른 베를린 뉴욕을 거친 국제순회전으로 개최 도시마다 현지 리서치 결과를 곁들여 왔다. 서울에선 김현진 학예실장이 협력해 국내 작가 8명의 작품과 동아일보 아카이브에서 찾은 기사 자료를 추가해 동시대적 이슈와 한국을 잇는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1920년대 렌 라이의 실험영화를 비롯해 칸디다 회퍼, 하룬 파로키, 박찬경, 김상돈, 이동엽 등 국내외 작가 37개 팀 작업 50여 점에 사료와 연구 자료들이 긴밀하게 연결된 전시다. 제대로 음미하려면 시각을 넘어 인문학적 상상력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내년 3월 2일까지. 2000∼3000원. 02-2020-2050
서울 일민미술관의 ‘애니미즘’ 전에 선보인 지미 더햄의 설치작품. 심장과 감자 등을 닮은 자연석을 통해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은 것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를 돌아보게 한다. 이번 전시는 서구의 근대적 사고가 배척한 애니미즘을 테마로 근대성과 식민주의의 뿌리를 추적했다. 일민미술관 제공
근대적 이성주의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에 숨쉬고 있는 애니미즘을 둘러싼 현상, 근현대 담론, 이에 새롭게 접근한 예술 작품을 선보인 자리다. 프랑케 씨에 따르면 애니미즘은 단순히 생명 없는 물체에 영혼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문화의 구분이 거의 없는 사고방식이자 전 우주가 살아 있으며 유사(類似) 주체로 인식하는 세계관이다. 그는 “애니미즘을 화두로 주체와 객체, 나와 타자의 경계를 만든 서구 근대성과 식민주의 사고방식을 반성적으로 돌아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 예술과 연구 사이 경계
올해 베니스비엔날레가 그랬듯이 ‘애니미즘’전은 연구를 기반으로 구성한 리서치 전시다. 개별 작품보다 예술과 사료를 뒤섞어 담론을 만드는 큐레이터의 접근 방법을 주목하는 이유다. 인문적 교양과 세련된 전시 연출이 어우러진 전시는 다양한 문화권의 현장과 더불어 자연과학 철학 심리학 등 학문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