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세 피아니스트 이경숙 12일 독주회
연주회를 앞둔 요즘 그는 하루를 사흘이라고 설정하고 쉴 틈 없이 연습에 빠져 있다.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보니 네 끼를 잘 챙겨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단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악보를 외우는 것도 예전만큼 빠르지가 않아요.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금세 다른 건반을 짚고 있고. 아유, 얼마나 화가 나는지…. 지금까지 완벽했다고 여겼던 무대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외롭고 고되지만, 그래도 음악이 좋으니까 지금껏 피아노 앞을 떠나지 않고 있네요.”
이번에는 그가 사랑하고 아끼는 곡을 모아서 들려준다. 스승이었던 루돌프 제르킨이 즐겨 연주하던 베토벤 론도 G장조, 감명 깊게 본 영화 ‘아무르’에 나온 슈베르트 즉흥곡 작품 90, 돌아가신 어머니가 가장 아끼던 쇼팽의 녹턴 1번, 두 번째 스승인 호르쇼프스키와 함께 공부했던 쇼팽 즉흥곡 2번, 연주자 자신이 평생 사랑해온 곡인 쇼팽의 발라드 4번….
“언제부터인가 무대에 설 때면 ‘이번에 연주하는 슈베르트가, 베토벤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짧은 여행 같은 인생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이번 연주회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삶의 발자취를 따라 함께 해온 소중한 작품들을 연주하기에 더욱 마음이 애틋합니다.”
그는 전곡 연주회 이외에는 반드시 현대음악을 프로그램에 넣어왔다. 어떤 작곡가의 작품이 좋은지 수소문한 끝에 류재준의 바로크 모음곡을 골랐다. 학구적이면서도 낭만성이 깃든,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한다. 그는 12분 길이의 이 곡을 외워 연주할 계획이다.
“20∼30분씩 하는 베토벤, 슈베르트는 악보를 안 보고 치면서 더 짧은 작품을 창작곡이라는 이유로 악보를 보면서 연주한다는 게 말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