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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 금지-화물 표준운임 ‘得보다 失 큰 규제’

입력 | 2013-12-10 03:00:00

의원입법 513건 품질, 평균 58점… 사전심사 안받아 ‘저질규제’ 양산




국회의원들이 만든 규제 법률안 가운데 상당수가 필요성이 크지 않거나 무리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규제학회는 9일 공개한 ‘2013년 의원입법 규제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올해 의원들이 발의한 규제 법안 513건을 평가한 결과 이들 법안에 담긴 규제의 품질이 100점 만점에 평균 58.4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수우미양가로 치면 ‘미’ 정도로, 품질이 중간 수준을 겨우 넘어선다는 뜻이다.

이번 평가는 1∼8월 국회에 발의된 의원입법안 2995건 가운데 각종 규제를 하는 내용이 포함된 법안 513건을 골라낸 뒤 △규제가 필요한가 △규제의 편익이 비용보다 큰가 △규제의 수단이 적절한가 등 세 가지를 기준으로 각 법안의 품질을 평가했다.

그 결과 윤후덕 의원(민주당)이 대표발의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24.1점으로 가장 품질이 낮은 법안으로 꼽혔다. 화물자동차의 표준운임을 정해 모든 거래에 적용하게 하자는 이 법안의 취지는 화물운송비가 원가 이하로 떨어져 어려움을 겪는 화물차주를 돕자는 것이다. 그러나 규제학회는 표준운임을 의무화하면 이미 초과공급 상태인 화물운송업에 더 많은 신규 진입이 생겨 사회 전체의 비효율이 커지고 화물차주들은 더 어려워지는 ‘규제의 역설’이 생길 것으로 우려했다.

교과 과정에 앞서 선행교육을 하는 민간 학원과 과외교습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안(민주당 이상민 의원 대표발의)도 26.5점에 그쳐 문제 법안으로 꼽혔다. 선행학습이 교육 분위기를 해치기는 하지만 공교육이 아닌 민간 학원까지 금지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치원비 상승을 물가상승률 이하로 억제하자는 유아교육법 개정안(새누리당 이학재 의원 대표발의·26.6점), 기업의 근로자 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새누리당 김성태 의원 대표발의·27.0점) 등도 질 낮은 규제법안으로 분류됐다.

16대 국회에서 1651건이었던 의원입법은 17대에서 5728건, 18대에서는 1만1191건으로 급증했다. 19대 국회에서는 1만7000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의원입법은 규제영향 평가를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쉽게 무리한 규제를 도입할 수 있다”며 “규제만능주의 창구 역할을 하는 의원입법을 제한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은 9일 민관합동 규제시스템 개혁 토론회를 열어 의원입법도 규제 심사를 받게 하는 규제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김용석 nex@donga.com·장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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