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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뷰티]한해에 100만명 진단 ‘척추관협착증’… 신경성형술로 치료

입력 | 2013-12-11 03:00:00

제일정형외과




제일정형외과 의료진이 척추관협착증을 앓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신경성형술을 하고 있다. 제일정형외과 제공

젊은 시절 ‘허리 힘’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김철근 씨(65). 그는 2011년 가을부터 이상한 증상이 되풀이됐다. 3∼4시간만 산을 타도 종아리와 골반이 뻐근해졌다. 예전에는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면 괜찮았지만 최근에는 회복 속도가 느려졌다. 급기야 발바닥, 발등이 시리고 부었다. 오른쪽 엉치 끝 쪽에서도 통증이 시작됐다.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럴 거야’라며 몇 달을 버텼지만 통증이 점점 심해져 참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김 씨는 지난해 1월 처음 서울의 한 정형외과를 방문해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해야 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료진은 비수술적 요법인 신경성형술 치료를 권유했다. 김 씨는 시술 한 지 2년이 돼가지만 별다른 후유증 없이 등산을 즐기고 있다. 김 씨는 “2년 동안 거의 매주 4시간 이상 산을 탔는데도 허리가 아프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평소에 허리에 아무 문제가 없다가 급격하게 척추관협착증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허리가 아프면 병원은 무조건 수술을 권한다’, ‘허리 수술은 무조건 하지 않는 게 좋다’ 등의 오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척추관협착증은 김 씨처럼 대부분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한 때가 많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허리 통증이 생기거나 다리에 여러 복합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신경 길이 좁아지면 혈액순환이 잘 안되고 피가 통하지 않아 신경에 손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 해 약 100만 명이 치료를 받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척추관협착증을 겪고 있다. 고령화가 심화되면 환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최근 젊은층에서도 척추관협착증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점점 늘면서 장시간 잘못된 자세에 노출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김재훈 제일정형외과 원장은 “20,30대 환자가 매년 5∼10%씩 증가하고 있다. 이제 젊은층도 허리 질환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척추관협착증이 시작되면 오랫동안 가만히 서 있거나 보통 속도로 걸을 때 허리에 통증이 생긴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없어지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자주 오고 심해진다.

약 100m만 걸어도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 것처럼 다리가 저리기도 한다. 혈액순환이 점차 안 되기 때문에 엉덩이 허벅지 발바닥까지 통증이 온다. 결국 신경 손상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런 때는 여름에도 두꺼운 양말을 신어야 할 정도로 손발이 시릴 수 있다.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누르는 것을 넘어 완전히 막히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엄지발가락이 위로 안 올라가거나 발목이 위로 접히지 않을 수 있다. 발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신발이 자꾸 벗겨진다. 심하면 다리가 가늘어지거나 대소변 장애까지 나타날 수 있다.

노인 중에는 신경마비 증상이 먼저 와서 뇌중풍(뇌졸중) 또는 파킨슨병으로 오인하는 때도 있다. 척추관협착증인 줄 모르고 다른 치료를 하다가 증상이 더 악화되는 사례도 있다. 때문에 환자가 스스로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고 내과 정형외과 등 증세와 관련 있는 분야의 종합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척추관협착증 초기라면 수술이나 시술보다는 물리치료, 운동치료,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증세가 악화되지 않게 하는 것이 먼저다. 이런 보존적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했을 때 신경성형술 등 주사 치료를 해볼 수 있다.

신경성형술은 X선이 장착된 1mm 정도의 특수카테터를 추간판과 신경 압박 부위까지 정확하게 집어넣어 눌린 신경을 풀어주거나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이다. 치료 중에 X선 영상을 직접 보면서 정확하게 염증과 유착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약물이 골고루 퍼져 나가는지도 확인 가능하다. 치료 도중에 환자와 의료진이 서로 대화하면서 치료를 할 수도 있다.

특히 전신마취가 필요 없어 고혈압, 당뇨, 심장병, 골다공증 환자들도 부담 없이 시술할 수 있다. 흉터도 거의 남지 않는다. 20∼30분 정도면 시술이 끝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약한 고령자들에게 적합하다.

하지만 비수술적 치료인 신경성형술을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리 쪽으로 내려오는 신경이 심하게 눌려 배변장애, 감각이상 등 신경마비 증상이 나타났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척추의 한쪽 부분으로 접근해서 반대쪽 부분까지 시술하는 일측접근감압술(UBF)이 나와 고령자들의 부담이 줄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