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최종훈은 드라마 ‘푸른거탑’ 안에 있을 때 가장 빛난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고 한때 드라마를 떠났던 그는 “몸이 으스러지는 한이 있어도 성원에 꼭 보답하겠다”는 각오로 다서 나섰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tvN ‘푸른거탑’ 시즌2 ‘푸른거탑 리턴즈’로 부대 복귀를 명 받은 최종훈
‘푸른거탑 제로’서 헤어졌던 원년 멤버들과 재결합
사고치고 괴롭히고 빈둥거리는 캐릭터 웃음 선물
시청률 반등 책임감…“음주운전 물의 빚 갚겠다”
“이런 젠장, 아직도 말년병장이라니!”
7월에도 말년병장이었고, 11월에도 마찬가지였다.
최종훈은 “사고치고 후임들 괴롭히는 수준은 시즌1과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병장의 모습”이라며 시즌1과 다른점을 소개했다. 캐릭터상 큰 변화는 없다는 그는 “동료들이 다시 돌아왔기 때문에 저만 잘 하면 된다. 제가 오버할수록 프로그램의 원래 색깔은 변질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종훈의 이런 심오한 고백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리턴즈’에 앞서 방송된 번외편 ‘푸른거탑 제로’(제로)에선 시즌1 동료들과 함께하지 못했다. 최병장의 훈련병 시절 이야기라 최종훈만 출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한순간에 전우를 잃은 슬픔(?)은 예상외로 크게 다가왔다.
“사실 자신이 없었다. 당연히 함께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해 속상했다. 또 새로운 출연자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힘을 냈다. 원년 멤버들이 ‘네가 잘 해야 우리가 돌아갈 수 있다’고 응원해 줬다.”
가슴 한 구석이 비어있는 상태에서 인기의 씁쓸함도 맛봤다. ‘푸른거탑’이 ‘군디컬드라마’로 불리며 뜨거운 인기를 얻었지만 ‘제로’에 대한 화제가 줄면서 점차 식어가는 관심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마다 최종훈은 동료들과 함께하지 못함에 “내가 망가뜨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신을 탓했다.
그 고통을 최종훈은 간절함으로 이겨냈다. 그리고 백봉기를 제외한 시즌1 멤버들이 ‘리턴즈’에서 다시 만났다.
“‘깔깔이’(방한내피)를 입으니 제 집에 돌아온 느낌이더라. 앉아있는 자세부터 뭔가 달라지는데…. 하하!”
그는 최병장이 관물대에 기대는 것처럼 의자 등받이에 윗몸을 한껏 젖히고며 “‘리턴즈’는 첫 촬영하고 ‘촉’이 왔다”고 말했다.
“군 생활하면 자신의 부대가 자랑스러워진다. 제겐 ‘푸른거탑’이 그렇다. 매니저에서 전향해 저 스스로 처음 했던 프로그램이고, 단역에서 말년병장이라는 캐릭터를 부여받았다. 꿈꾸는 것처럼 일을 하게 해준 은인과도 같다.”
그는 “미안한 마음으로 시즌1을 끝낸 게 지금도 후회스럽다. 그런 저를 다시 불러주셔서 더 죄송스럽다. 어깨는 더 무겁다”고 털어놓으면서도 “몸이 으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성원에 꼭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도 말년병장으로 나오는 등 최종훈은 2년 이상 시청자에게 비슷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말년병장의 이미지가 굳혀지는 것에 우려도 있지만 말년병장이란 단어를 듣고 저를 떠올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큰 욕심 부리고 싶지 않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트위터@bsm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