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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헌기 산업안전공단 이사장 “기업들 재해 예방에 투자하게 할것”

입력 | 2013-12-11 03:00:00


“산업재해 대책이 아직까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건 기업들이 안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투자’가 아닌 ‘손실’로 보기 때문입니다. 돈을 들여 예방하는 것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적당히 처리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보는 것이죠.”

백헌기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58·사진)은 1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최근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는 등 엄정한 법집행을 하고 있는 것에 공감한다”며 “산재가 발생했을 때 지불해야 할 비용을 높여 기업이 예방에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월 26일 하루 동안 충남 당진에서 독성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졌고 서울 구로 공사장에서도 화재로 2명의 숨지는 등 산업재해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화학물질 누출이나 폭발사고가 빈번해지면서 5일 경북 구미에 화학사고 합동방재센터가 처음으로 문을 여는 등 산재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백 이사장은 “화학사고는 작업장 내 근로자의 안전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절실하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화학사고 조사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재발 방지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화학사고 예방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위기 대응 행동매뉴얼’ 시스템을 보완했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산재 사망률이 2∼4배 높은 편이다. 백 이사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산재 통계가 시작된 1964년부터 지난해까지 재해를 입은 근로자는 모두 430만 명이 넘고 사망자도 8만 명이 넘습니다. 인천과 대전 전체 인구만큼이 다쳤고 경기 과천시 인구보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셈입니다.”

중앙노동위원회 위원과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 한국노총 사무총장 등을 지낸 백 이사장은 국가 경쟁적 측면에서 산재 사고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1년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8조 원이 넘습니다. 연봉 2000만 원 근로자 90만 명을 1년간 고용할 수 있는 돈, 자동차 120만 대 이상을 수출해야 벌 수 있는 돈이 산재로 사라지는 것이죠.”

공단은 사업장 차원에서 스스로 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위험성 평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사업주가 작업장 내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평가한 뒤 노사가 협력해 재해를 예방하는 제도다.

백 이사장은 공단이 개발한 산재 예방 관련 다양한 스마트폰 앱들을 소개했다. 그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지고 있다. 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산업현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1000개 문장을 13개 언어로 제공하는 ‘위기탈출 다국어회화’ 앱이나 산재 속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위기탈출 사고포착’ 앱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공단은 이와 함께 전 세계 대형사고의 원인과 예방법을 공유하는 ‘FIND ACCIDENT’, 날씨에 따른 산업재해 위험지수를 제공하는 ‘안전날씨’ 앱 등을 내놓았다. 앱 사용자는 20만 명에 달한다. 공단은 10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IBA국제비즈니스’ 대상에 이 앱들을 출품해 금상을 수상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