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산물 알고 먹읍시다]<2>소비자 불신해소 과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1가 신세계백화점 본점 식품관에서 고객이 친환경 농산물을 고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상추를 고르던 주부 정지희 씨(31)는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친환경 유통 도우미’라는 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자 바코드 번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상추 코너 앞에 적힌 바코드 번호를 입력하자 몇 초가 안돼 “유기농 농산물로 인증받았다”는 문구와 함께 상품명, 생산자 등의 정보가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났다. 정 씨는 “이렇게 한 번 더 확인하고 구매해야 마음이 놓인다”라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의 신선식품 담당자는 “친환경 농산물 마크를 꼼꼼히 살피고, 인증 여부를 확인하는 소비자가 요즘 많이 늘었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 장터에는 이들을 겨냥한 농산물 인증 여부 확인 프로그램들이 잇달아 생겨나고 있다.
최근 친환경 농산물을 인증하는 과정에서 일부 민간 인증기관들이 ‘부실심사’를 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친환경 농산물을 불신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게 생겼다. 지난해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친환경 농산물을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38.1%에 그쳤다. ‘보통’(41.1%)이나 ‘신뢰하지 않는다’(19.4%) 등 긍정적이지 않은 답변이 60%가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엄격한 인증을 받아 신뢰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경기 양평군 지평면에서 8년째 오이, 토마토, 고추, 쌈채소 농사를 짓고 있는 하용기 씨(53)는 2009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토지대장과 1년 동안 작성한 영농일지를 제출했을 뿐 아니라 수시로 인증 담당자들이 찾아와 1만8512m²(약 56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28동과 창고 등을 샅샅이 점검한다. 유기농 인증 심사인 만큼 농약이나 화학비료가 발견돼선 안 된다. 하 씨는 “까다롭고 엄격한 검사를 받는 게 편치 않지만 그래야 농산물을 납품하는 입장에서 떳떳하고, 까다로운 소비자들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인증기관을 운영하는 정부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올해 10월 21일부터 11월 20일까지 한 달 동안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하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친환경 농산물 전문매장 등 전국 유통채널 718곳과 생산 농가 5121곳에 대해 ‘친환경 농산물 생산 유통 단계 특별 조사’를 실시했다. 친환경 인증을 받고도 농약이 검출되는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사였다. 그 결과 농가에서 57건, 유통 단계에서 24건 등 총 81개의 친환경 농산물에서 농약이 나왔다. 해당 제품을 생산한 농가의 친환경 농산물 인증은 취소돼 더이상 농산물에 인증 마크를 붙일 수 없게 됐다.
김완배 서울대 교수(농경제사회학부)는 “친환경 농산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라며 “인증 관리를 철저히 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